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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제약 및 임상 업계 동향 등등

You are too expensive. Eh?

by 반짝이는강 202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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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2개 회사랑 면접을 봤었다.

첫번째는 호주에 있는 포지션으로... 그 회사가 최근에 좀 커지기도 했고, M&A도 했기에 자리가 난 경우였다. 헤드헌터가 연락이 와서, 아주 유쾌하게 1차 면접을 보고, 연이어 2차 면접도 봤다. 2차 면접 막바지에 referee를 달라고 해서, 아... 정말 이직을 하게 되는건가, 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referee도 제공했다. 그리고 감감 무소식. 

제공한 2명의 referee 들은, 나에 대해 나쁜 코멘트를 줄 사람들은 아닌데 이건 뭐지....? 싶었는데,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3차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채용할 마음으로 referee 달라고 했던거 아니었니? 이거 뭥미???

3차 면접에 들어가니, 1차 면접을 진행하고, 2차 면접에도 참여했던, S가 있다. 자기가 느끼기엔, 1차 면접시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2차 면접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며, 나보고는 어땠느냐고 묻는다. 음...... 아니 그럼 대체 니 입으로 referee 달라는 말은 왜 했냐고오...........! 하지만 내가 받은 느낌도 그렇긴 했기에 그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1차 면접이랑 달리 2차 면접은 뭔가 석연치 않은, 뭔가 꼬인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었으니까. 그리고는 S는 내 연봉에 대해 직설적으로 묻는다. 아웅.... 말렸다... 

세번이나 면접을 봤고, reference check도 완료했는데 - 이 회사 다시 연락이 없다. 헤드헌터 Kevin은 그 회사의 HR에서 연락이 없으니 아주 속이 탔나보다. 나보다 더 말이다.

 

원래 처음 면접을 보기 시작할 때 이 회사 HR이랑 잠깐 면담을 한적이 있었는데, 내 연봉에 대해 묻기에 - 대략 알려주었더니, 자기네가 이 job role에 제시할 수 있는 상한을 벗어나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 좀 더 높은 오퍼를 줄 수도 있다고 하긴 했었다. 내 추측건데 - 그 상한을 벗어나는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으리라. 아무튼 - 그래서 나도 그 회사는 마음을 접었더랬다. 앞으로는 대단한 비젼이 있는게 아니면 시간낭비 방지차원에서 중소규모 회사에 뜬금없이 지원하지 말아야지 하며 말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 그 회사는 면접보고, 감감무소식 되는걸로 좀 악명 높았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이제사 헤드헌터 Kevin을 통해 다시 연락이 왔다. 나랑 면접 때 3번이나 만난 S가 특정 포지션에 대해 내가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는거다. 이건 또 뭥미......?? 싶었지만 -  일단은 업계 동향도 파악할 겸 겸사겸사 무슨 이야길 하나 들어보자 싶었다. 그리하여 몇일 전 S랑 통화를 했다. 

자기네 비지니스가 최근에 어쩌고저쩌고....요즘 한국 클라이언트가 많아졌는데... 한국 클라이언트들과 언어장벽도 있고....클라이언트들이 한국 바깥에서 임상연구 경험이 부족한건 차치하고, 무엇보다 임상연구 경험 자체가 거의 없어서 일하기가 힘이 든다며.... 이 갭을 메꿔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다 내가 생각났고, 적임자란 생각이 들어서 연락했다고 했다. 

흠....... 그렇긴 하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접해본 한국 제약회사 뿐 아니라 특히 바이오텍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언어장벽만 있는게 아니라, 임상연구 자체에 대한 기본 컨셉이 부족하다. 제약회사는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바이오텍 CEO나 오너는 임상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게 채용공고에도 그대로 반영이 된다. 한국 바이오텍들은 임상연구 업무를 담당할 "사원"을 주로 뽑는데, 이마저도 경력이 3년 미만인 경우가 많다. 연봉도 그냥... 별로다. 이래서는 좋은 인력 구할수가 없다. 좋은 결과를 원하면 - 사람에 투자를 해야한다. 시급 10만원인 사람이랑 시급 20만원인 사람이랑은 경험치도 다르고, 조언해 줄 수 있는 범위도 다르고, output도 다를 수 밖에 없다. 

CRO랑 계약을 맺어서 임상연구를 outsourcing 할 예정이라면 - 회사 내부에 있는 인력은 소수일텐데, 그럴 수록 다년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회사에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헬릭스미스처럼  맹검오류라는 내 커리어 평생 업계에서 듣도보도 못한 그런 사태가 생기는거다.  아마 아무것도 모르고, 영어도 잘 안되는 경험 5년 미만의 직원을 뽑아서 임상연구부에 앉혀놓고, 모든건 외주 주고.... 그러다 생긴 일이긴 하겠지만 대체 헬릭스미스의 그 맹검 오류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내 연봉이 높다고? 그럼 나 말고 싼 사람 고용하렴.

 

이미지의 출처: 여기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서... S네 회사에서 갑자기 내게 LOVE CALL을 보내오고 싶어가는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다만... 한국 바이오텍은 국내/국외 CRO에서 일하는 모든 한국 직원들이 기피하는 클라이언트라는 것이 함정. CRO 담당자랑 영어로 대화해야하면 고분고분하던 클라이언트가, CRO의 한국 직원과 만나서 한국어로 대화하게 되면, 그 순간 <갑질 고갱님>으로 돌변한다는 말은 한국에 있는 지인들께 이미 많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 경험해 보았고 말이다. 에휴... 이걸 S에게 설명한들, 내 얼굴에 침 뱉기... ㅠㅠ

 

대화 마무리 즈음 해서 S에게 지난 번에 3면이나 인터뷰를 하고, 왜 job offer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S의 답은 There was someone with more experience but less money. 였다. 므시라고....??? 니네 회사는 내 연봉을 감당 할 수 없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말해야겠니? 쳇.  덧붙여 S에게  그네 회사 HR은 피드백도 안주더라고도 알려줬다.

S와의 통화가 끝나고 Kevin에게 대화내용을 알려줬더니 - Kevin은 더 열받아하면서, 자기가 이미 그 회사 지난 번 process 정말 별로여서 자기도 HR에 한 마디 했단다. 그리고 자기도 연봉이 문제였다는거 알고 있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괜히 시간 낭비하기 전에, 그 회사에서 내 연봉을 감당 할 수 있는지 먼저 확답을 받고, 진행해야겠단다.  Kevin! 너 좀... 맘에 드는구나. 

그리고 나서 하루가 지나고 나니까 - 당시 S의 대답에 한 마디 더 보태지 않은 것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살짝 화가 난다. Are you able to afford me this time? 라고 한 방 날렸어야했는데... 물건너 가면 그만이고 말이다. 

 

면접 보시는 분들... ! 

1. 돈 이야기 나오면 자신감을 가집시다. 

2. 돈 이야기 불편하면 - HR 통해서 혹은 헤드헌터 통해서 돈 이야기 해달라고 말하는거 미리 연습해 둡시다.

3. 자기가 지금 얼마받는지, 면접 보는 회사에서 물어보면 - "그건 일급 비밀입니다"로 되받아 줍니다. 혹은 "당신 회사에서는 이 포지션에 급여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요" 라고 되물어봅시다. 면접보는 회사는 - 내가 얼마받는지 알 필요 없어요. 미국에선 이 질문이 잠재적 차별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질문을 하는거 자체가 이젠 불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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