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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

포크 나이프 (cutlery) 세트 구입

by 반짝이는강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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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나도 이런걸 해보는구나... 포크 나이프 스푼 (영어로 cutlery) 세트 구입! 

지난 해에 브리즈번에 사시는 몇몇 분들과 온라인으로 모여서 - 오프라인으로 가끔 만나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 -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못만나고 있다가 - 코로나로 락다운 (lockdown)에 다시 들어가는거 아니냐며, 그전에 한 번 만나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내친김에 시간 되는 분들만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서 만나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갑자기 초대드린거지만, 총 4분이 오시겠다고 했고, 그 중 3분은 배우자+어린이/유아 1명과 오시겠다고 했다. 

일단 초대는 드렸는데... 결혼 12년차 아니 13년찬가? 에도 나는 여지껏 제대로 손님맞이를 해본적이 없다.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손님은 2명! 2명 넘어가면 살짝... 긴장이 된다. 3명까지는 초대해본적이 있다. 한번에 4명 넘게 초대한 적은 단 한번 뿐이다. 그때는 우리 부부를 도와줄 요리사 친구 및 일꾼(?) 친구가 있어서 가능했던거고... 

이번에 초대한 인원은 이제 돌을 갓 넘긴 아기를 제외하면... 9명.

우리 부부 합하면 11명. 

그런데 우리집 수저가.... 그만큼 없다. 하.하.하.

한국선 결혼하면 - 다들 혼수로 이것저것 많이 구매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호주에 와서 살꺼라고 생각했던지라... 일부러 아무것도 안샀다. 호주에 와서도... 당장 필요한건 다 있었고... 집을 사면 그때 가서 사야지 하며 꼭 필요한거 말고는 안샀다. 집을 사고는... 대출금 갚는게 더 우선이기도 했고, 집에 올 손님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라서... 수저세트를 살 생각은 못해봤었다. 

여전히 여러모로 많이 텅 빈 집에 살고 있는데... 이번에 집에 손님 초대를 하고 보니 집에 수저가 몇 벌 없는게.... 영 미숙한 커플의 집인거 같다. 일단은 오시는 분들 중 한분께... 그날 수저를 좀 챙겨와주십사 부탁을 했다. 아이고 민망해라.

살다보면 앞으로도 손님 초대할 일이 종종 있을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빌려달랄수도 없고, 짝맞는 수저가 좀 더 많이 있어야겠구나 싶어서, 온라인으로 포크+나이프+스푼 세트 구경을 좀 했다. 

마침... EOFY (End Of Financial Year) Sale 마지막 날이라서 몇몇 제품들이 눈에 띄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Temple & Webster에 올라와 있는 Stanley RogersNoah!

스탠리 로저 노아 세트

 이 제품이 눈에 들어온 첫번째 이유는 현재 집에서 사용하는 Alessi 제품이랑 사진으로 이렇게 보기에는 비슷해 보여서 이질감이 없을꺼 같아서다. 두번째 이유는 가격 - 56 pcs (8 Dinner Knives + 8 Dinner Forks + 8 Entrée Knives + 8 Entrée Forks + 8 Dessert Spoons + 8 Soup Spoons + 8 Teaspoons) 구성이고 정가 $299 인데  Temple & Webster에서 오늘까지 72% 할인해서 $84에 판매하고 있었다. 리뷰들을 찾아보니 - 몇 개의 쇼핑 사이트들을 둘러봤는데 읽어보니 전반적인 리뷰들도 좋다. 

고민이 되었던 점은... MyerDavid Jones 갈 때마다 식기류도 보고 수저세트들도 구경하고 했었는데 -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선 어떤 제품이었는지 도통 매치가 되지 않았고, 그립(grip)감을 알수 없어서 주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무거운 나이프 & 포크는 질색이기도 하고..  식기세척기에 무난히 꽂힐까(?) 하는 의문도 들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구매한 결정적인 요인은... ($20 할인쿠폰의 유혹... 이 있었으나 $199 이상 주문시에만 해당이 되었음) 이 제품이 와도... 아마 이건 일년에 한번쯤 4명 이상의 손님이 올때나 꺼내서 쓸꺼고, 아마 우리 부부만 있을 때는 지금까지 써오던 AlessiNuovo Milano 6 pcs를 계속 쓸꺼 같아서다.   

Alessi Nuovo Milano (출처: V&A)

결혼할 때 배우자가 엄청 애지중지하며 지참해온 물건이 있었으니 - 바로 위 (그리고 아래) 사진에 있는 cutlery다. 내 기억에는...나한테는 자기가 샀다고 했었던거 같은데... 지난 해에 알게된 사실에 따르면... 배우자가 엄청난 비교검토 끝에 (자기 생각에는) 요 모델이 최고라는 결론을 내려서 추천을 했고.... 구입은 다른 사람이 했다가.... 어찌어찌하여 최종적으로는 내 배우자의 소유가 된 물건 되겠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Ettore Sottsass 가 디자인했고, 밀라노에서 제작되서 1982년에 론칭되었다. 배우자는 Alessi Nouvo Milano 가 가벼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져 있고, 그 간결한 곡선미와 균형에 아름다움을 느꼈기에 이게 최고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V&A에 전시되어있는 Alessi Nuovo Milano 

 지난 해에 런던에서 잠깐 짬이 나서 Victoria & Albert 박물관에 들렀는데 집에서 맨날 쓰던 제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사진을 찍어서 배우자한테 보냈더니 몰랐느냐며 핀잔이 돌아왔다. 커틀러리의 화려함이 식탁 위를 장악하는게 아니라 도구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간결하게 만들었다는 그 배경 및 철학 - 시대적 변화를 감안한다면... 박물관에 전시될 수도 있겠구나 싶기는 하다. 우리 동생은 (비)웃겠지만. 하하.

 

아무튼... 이번 주말에 오실 손님들 덕분에 나도 평생 처음으로 제대로 된 수저세트를 구입해 봤다. 얼른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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