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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

시드니 남쪽으로 여행

by 반짝이는강 202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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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이 넘게...... 호주 안에서... 친한 사람도 별로 없는 브리즈번에 갖혀서(?) 살다보니 어느 날 갑자기 무척 우울하더라고요. 요즘 호주는 겨울이 오고 있는 터라 해도 짧고, 날씨도 춥고. 호주 국경은 이번 해 안에는 열리지 않을꺼라는게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고....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우울증이라도 올꺼 같더라고요. 그래서 친한 옛 직장동료들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5월 초엔가 - 친한 J에게 여행을 가자고 했더니, 그녀가 흔쾌히 수락을 해서 T랑 S도 끼워서 - 총 4명이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다들 시드니에 살고 있고, 저만 동떨어진 브리즈번에 살고 있어서 비행기 타고 시드니로 갔다왔습니다.

원래는 Port Stephen에 가볼까 했지만 - 시드니에서 거기까지 가는데, 중간에 들를 곳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지금이 여름도 아니고... (여름이 아니면 할 게 별로 없는듯...) 해서 시드니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예전에 한 번 S랑 저비스 베이 (Jervis Bay)로 캠핑을 다녀온적이 있는데 - 그때 너무 좋았었거든요. 저비스 베이로 캠핑을 꽤 여러번 다녀온 S도 저비스 베이를 좋아하는 터라 - 결정은 쉽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금이 여름이 아니라서 꼭 해변에 숙박은 안해도 된다."로 결정했지요.

우선 숙소 검색.... 요구사항은
1. 가능하면 각자 방 1개씩 (or at least own bed),
2.겨울이니까 땃땃하게 장작을 태울 수 있는 벽난로가 있을 것.
3. (COVID가 어케 될지 모르니) 막판까지 위약금없이 취소 가능할 것.

여행을 같이 가는 사람들이 완고하지 않고, 누군가 결정하면 쉽게 OK 하는 편이라 예약은 쉽게 됐습니다. 어느 금요일인가 토요일 저녁에 날잡고 다중 통화(?)를 하면서 AirBnb 검색을 마쳤고, 담날 결제했습니다. 저희가 정한 곳은 여기:
바닷가가 가깝다거나 그런건 아니고, 순전히 위 세 가지 요건에 충족해서요.

드디어 지난 주 목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 하루 먼저 시드니로 가서 1박을 하고 금/토/일 이렇게 3일 동안 시드니 남쪽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정은

Day 1: 시드니 S네 집에서 출발 - 울릉공을 지나서 Berry - 중간 어디 와이너리 - Wollumboola에 있는 숙소도착
Day 2: 근처 주말 마켓 - Afternoon tea - Point Perpendicular Lighthouse 및 근처 해변 구경 - 생굴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늦어서 못감 - 숙소로 돌아옴
Day 3: 체크아웃 - 캥거루 밸리 구경 - Bowral 구경 및 늦은 점심식사 - 시드니 도착

좀 별거 없죠? 여행의 목적은 여행이 아니라 수다였습니다..... 하하하....수다내용을 올릴수는 없고 그냥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Berry 라는 동넨데요. 이 동네에 예쁜 가게들도 많지만 뭐니뭐니해도 유명한 곳은 Milkwood Pie Bakery 되겠습니다. 베리를 지나는 중심 도로에 있고, 밖에서 봐도 파이집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있기때문에 한눈에 들어와요.

Berry & 유명 파이집

예전에 얼핏 듣기로 자매가 운영하는 가게이고, 한 명은 파이집을, 한 명은 근처에 베이커리 (사워도우 브레드 같은...Berry Sourdough Cafe)를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아무튼 간에 중요한 것은 - 베리에 가면 여기에서 꼭 파이를 드셔야 합니다. 제가 파이에 목매고 그런 사람 아닌데 - 여기서 Chicken & Leek pie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한참이 지난 후에 그 기억을 떠올려 집에서 Chicken pie도 만들어보지 않았겠습니까.
종종 파머스 마켓도 서고, 주말 마켓도 열고는 하니까, 주말에 시간 내서 1박 2일쯤 다녀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Berry를 지나 더 남쪽으로... 중간에 와이너리가 꽤 여러개 있었는데 - 그냥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Two Figs Winery 에 들렀습니다. 다른 와이너리들이랑 다르게 한 참 전부터 이정표가 보이더니, 전망이 좋습니다.

Two figs

와인은 그냥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 전망이 좋아서 추천합니다. Tasting은 1인당 $10이고, 치즈플라타는 당연히 별도입니다. 테이스팅 한 것 중에는 Sunday Afternoon 이라는게 제일 마음에 들어서 2병 샀어요.

이날 와이너리에 도착하는 시점부터 비가 와서 춥고 그랬는데 - 저비스 베이에 조금 못가서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미리 부탁을 해두었던터라, 이렇게 장작이 활활타고 있네요. 나무타는 냄새... 너무 좋습니다.

벽난로

장작도 그득히 있었고, 방마다 히터도 있어서 - 정말 후끈후끈한 밤(?)을 보낼 수 있었어요.

장작이 불타고 있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 야심차게 미리 한국슈퍼마켓에 들러서 비비고 포기김치까지 사온 T의 간곡한 요청으로, 돼지고기를 넣어서 김치찌개를 큰 솥으로 한 솥... 끓여야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T가 아침으로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데우고 있어서 깜짝놀랐다는.... 암튼 비비고 포기김치 - 저는 첨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요.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행복했습니다.

다음 날은 - 비가 추척추척 와서 잠깐 근처 마켓 구경도 하고, 요런 평화로운 전망이 있는 카페에 앉아서 수다 삼매경을 좀 했습니다. 사진엔 짤렸는데, 창문 바로 앞에 제라늄이 빨갛게 피어있는게 참 예쁘더라고요. 주변 농장에는 젖소들이 많았습니다.

카페 전경

그리고 주변 쿠라롱 지역에 있는 등대를 보러 갔는데.... 이 날 바람이 엄청나게 쎄게 불었습니다. 호주에 있는 저 목이 빨간 새들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고 땅에 꼭 붙어있더라고요. 저희도... 바람에 날아가는줄(???) 알았는데, 날아가지는 않더라고요. 하하하.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 등대보러 가기

등대만 보고 돌아오기는 아까워서 근처에 있는 Honeymoon bay에 가려고 했더니, 거기는 폐쇄되어있다고 해서 근처 Long beach에 들렀습니다. 허니문 베이는 스노클링 하기 좋다는데 - 기회되는 분들은 다음에 한 번 가보셔요.
Long beach만 해도... 저는 안구가 정화되는거 같더라고요. 물놀이 하기 좋은 날씨에 오면 정말정말 좋을꺼 같았어요.

Long beach, NSW 

이틀이 후딱 가고... 세번째 날이 되어서 벌써 시드니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오는 길에는 캥거루 밸리를 지나 Bowral을 거쳐서 왔는데 - Bowral이 주변에 와이너리도 있고 꽤나 아기자기하게 뭐가 많더라고요. 시드니에서 오는 기차역도 있답니다.

도심을 한바퀴 휘 돌고는 - 근처 와이너리에서 와인 테이스팅도 하고 점심도 먹고 그럴려고 했는데 - 저희가 딱 한군데 찍어서 간 곳 Centennial Vinyards는 유명한 곳인가보더군요. 일요일 점심은 예약 안하면 테이블이 없고.... 게다가 저흰 옷도 너무나 겨울스럽고 캐쥬얼하게 입고 가서, 어쩔수 없이 돌아섰답니다.

Centennial Vinyards는 봄이나 여름에 미리 예약하고 가면 좋을꺼 같아요. 옆에 포도밭도 있고, 주차하고 올라가는 곳도 요렇게 예쁘고, 테이스팅 하는 곳도 좀 웅장하고 그런 느낌이 있고, 레스토랑도 가격은 좀 있을꺼 같지만, 특별한 날 가기에는 괜찮을꺼 같은 그런 분위기더라고요. 주변에 다른 와이너리도 있고, 숙도들도 많이 있는거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Bowral 시내로 돌아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가게 이름 기억 안나지만 맛있었어요. 근처에 무슨 파티서리가 있었는데.... 거기도 밖에 길을 길게 늘어선걸 보면 유명한 것 같았는데.... 시간이 제한적이고, 저희 일행에는 Vegan이 있어서 패스했습니다. 아무튼 Bowral은 지나는 길에 들러볼만 할꺼 같아요.

여행 내내 마신 커피들 - Flat white 

여행도 풍경도 좋았지만 - 무엇보다 오랜 벗들을 만나서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좋았던...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호주에서 만난 인연들 - 잘 간직해 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곧 다음 여행을 짜봐야겠네요.

다시 Lockdown이 시작된 호주... 코로나 블루 잘 이겨내시고, 가끔 우울한 마음이 들면, 본인한테 특별한 선물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여건이 허락하면 여행도 다녀오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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