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된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겠다던 새해 계획을 해본지가 벌써 몇 년이더라. 그런데 이걸 실용서적인 Barefoot Investor로 달성했다. 하하하. 물론 글자도 크고, 그림도 많고, 읽기도 쉽고, 재미있게 쓰여있어서가 큰 이유이겠지만 - 내 마음이 절실했음도 한 몫한듯하다. 어쨌거나 - 전공서적 빼고,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최초의 100% 영어로 된 책 되겠다.
지금 보니까 책 표지 하단에 백만부가 팔렸다고 적혀있는데 - 아마 백만부는 쉽게 팔렸으리라 믿는다.
이 책은 사람들 은근 행동력 있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데 -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을꺼 같다. Scott이 가장 먼저 하라고 하는건,
1. 수수료가 없는 은행으로 갈아탈 것 - 더 궁금하신 분은 이전 글 참조.
2019/04/13 - [호주살이/일상생활] - Barefoot investor
2. 돈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서, 일단 대략적인 예산 및 계획을 세운 후 autopilot 모드로, 즉 자동이체를 설정하라는 것이다. 그게 제시하는 흐름은 아래와 같다.
먼저 세금을 제하고 들어오는 월급 중
- 60%는 월세나, 모기지 상환금, 식비, 유류비를 포함한 생활비는 생활비 통장에
- 10%는 입출금이 가능한, 단기 저축용 통장에 (Splurge 로 명명)
- 10%는 장기저축 통장에
- 20%는 Fire Extinguisher (소화기)란 이름을 붙인 통장에 가도록 해서 - 대출 혹은 모기지 추가상환이나, 연금 추가납입을 하는데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물론 개인 혹은 가계 상황에 따라 비율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그리고 MOJO라고 이름붙인 별도의 비상금 통장을 만들어서 무조건 $2,000를 넣어두라고 하고 있다. Mojo는 정말 긴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건/사고가 생겼을 때 쓰기 위한 비상금이다. 금융흐름이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이 MOJO를 3개월 생활비를 감당할 만큼으로 늘리고, 은퇴하는 시점이 되면, MOJO를 3년치 생활비로 늘리란다.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생겨도 마음이 든든할 것이라고.
이 책을 읽고 그가 하라는 대로 계좌들을 만들고, 자동이체를 설정했다. 이제 MOJO만 만들면 된다. 주거래 통장이랑은 별도의 금융기관에 계좌를 만들라는데 아직 어느 은행으로 해야할지 못정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어떻게 수퍼를 비교선택해야할지, 모기지는 어떤걸 선택해야할지, 은행에 무엇을 요구해야할지, 투자용 주택을 사야할지, SMSF가 좋은지 등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추가 비교와 최종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 나처럼 호주 금융구조에 대해 지식이 얄팍한 사람에게는 감잡는데 꽤나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나 은퇴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데 - 그의 말대로라면 커플이면 수퍼에 $250,000, 싱글이면 $170,000이라는 금액을 목표로 하면 된단다. 당연히 이것보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
일단 개인 연금에 적립금이 위에서 언급한 만큼 쌓이면 age pension (노령연금)을 받고, 개인연금을 받고, 그리고 은퇴연령이 되어도 절대로 절대로 완전히 은퇴하지 말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란다. 그러면...커플의 경우 1년에...
Age pension: $35 573.20
Super pension: $12 500
Work: $13 000
Total: $61 073.20
은퇴연령에 도달하면 일단 세금을 안내도 된다는걸 감안하면 1년에 $61,073.20 이면 한 달에 $5,089 니까, 풍족한건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다. 물론 이건 반드시 "모기지 없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다. 결국 모기지를 일단 최대한 빨리 갚으라는 말이다. 모기지! 열심히 갚아보자.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그리고 초반에 그가 하는 말 중에 하나는 - 소비는 줄이고 줄여도 최소한 필요한 소비가 있다. 그러므로 금융 자산을 늘리려면 절약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인컴을 증가시키는데 집중하란다. 이런 류의 책에서 보통은 소비를 줄이라는 말은 들었어도, 소득을 확 늘릴수 있게 노력하라는 메세지는 어딘가 신선했다. 요즘 회사일이 싫다며... 일 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투정을 부리고 있었는데 - 그는 나에게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좋든 싫든간에 직장에 다니는 한 일에 신경써야하고, 퍼포먼스 리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걸 상기시켜주었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이스터 연휴 남은 날 들 동안에는 미루고 미뤄왔던 PMP 강좌를 좀 들어볼 생각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그는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족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라고 한다. 갑자기 무슨 선물이냐고?? 다음의 내용을 기록해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한 후, 가족에게 미리 알려주라고 말이다.
-Adviser: 회계사, 변호사 등등 개인의 금융 자산과 관련된 사람들의 연락처
-은행계좌들 -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계좌들의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빚이 있다면 빚 (debt)도 포함해서.
-투자상품: 주식이 있다면 가지고 있는 주식 목록, 펀드가 있다면 펀드 목록, 연금 계좌 (수혜자가 지정되어 있다면 그에 대한 정보 포함), 부동산의 title
-보험: 보험 약관 (특히 각각의 사건에 따른 수령금액을 형광펜 쫙!), 보험회사 연락처
-장례 요청사항: 누구를 초대할지, 어떤 장례를 원하는지, 어떤 음악을 틀지, 등등등...
-개인문서: 출생증명서, 결혼증명서, 운전면허증, 여권, 메디케어 등등의 주요문서 사본
-유언장: 유언집행자 및 위임자를 분명히 명시할 것
그가 언급한 선물의 내용을 이렇게 적어보는 이유는... 모르겠다.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자녀가 태어날 때 이런걸 하려나? 여태 이런걸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책을 읽고 보니 대략적으로라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됐다. 좀 뜬금없는 것 같지만 나는 갓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다닌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자발적으로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종신보험에 가입을 했더랬다. 그렇게 한 이유는 불의의 사고로 내가 갑자기 죽으면 우리 어머니가 내게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실까봐... 였다. 아직도 여전히 원금회수 못하셨지만... 그래서 결혼을 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내 종신보험 수혜자는 배우자가 아니라 여전히 어머니로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 사망하면, 금융과 관련된 것들이 제도안에 있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굉장히 쉽게 처리가 되는데, 내가 아는 호주에서는 그런 일들이 절대로 쉽지가 않을 것이다. 만약에 우리 부부가 어쩌다 동시에 사망하게 되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내 뒷수습을 해주어야 한다면 - 언어 장벽도 있고, 물리적인 거리도 있고, 진짜 어려울 것 같다. 호주에서 산지 벌써 7년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런 것들을 조금 정리해 두어야겠다.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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