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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라고 하기에는 호주에 이민을 오고 나서 평균을 내면 한국에 일년에 한번씩은 다녀왔었기때문에, 그리 오랫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곧 한국에 간다. 설 연휴가 끼어있어서 친구들을 만나기가 용이하지가 않다. 거기다 이젠 서울에 거처가 없으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한국에 가는게 정해지고 나서는, 몇몇 친구들에게 한국에 가는 일정을 알렸두었었다. 한국에 갈 날이 가까워지니, 다들 자기의 개인적인 설 연휴 및 기타 일정들이 있음에도, 내가 서울에 거처가 없는 것을 고려하여 자신의 집에 와서 몇 일을 지내고 가라는 친구들도 있고, 어찌하면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그나마 최대한 많이 만나서 그간의 회포를 풀 수 있을까 계획을 세우고 있는 친구도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여동생과 제부는 공항까지 마중을 나오겠다고 성화였기에, 먼 거리 힘들게 오지 않도록 설득하느라 꽤나 진땀을 빼야했다. 남동생은 가족끼리 같이 해본 것이 적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이번에는 꼭 스키장에 같이 가자며 스키복을 챙겨오라고 했다. 이렇게 반겨주는 가족이 있어서, 친구들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고 행복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아마 만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친구들도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고,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가 조금 더 넓어졌거나 굳어진 만큼, 만나기가 녹록치 않아진 것이다.
자신의 약국이 있는 친구는 매주 토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일요일에는 격주로 근무하는데다가, 이번에는 일본으로 스키여행이 잡혀있다고 했다. 아마 시댁에도 가고 친정에도 가야하니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얼마나 매여있을지는 짐작이 가서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녀가 약국에 매이기 전에 좀 더 많이 만나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해 봄에 결혼한 고등학교 친구는, 결혼을 하고 처음 맞는 설이라 본가에 갔다, 처가에 갔다 하면 연휴동안 바쁠 것 같다. 내가 주중에 퇴근 후 시간 즈음하여 판교로 찾아간다면 만날수는 있을테지만, 그가 결혼을 하였으므로, 아무리 좋은 친구 사이라고 하여도 그의 배우자를 생각하여 만나기가 자연히 조심스러워 진다. 배우자의 이성 친구를 항상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한국의 정서가 이럴때는 원망스럽다. 그는 내게 가장 소중한 고등학교 친구일 뿐인데 말이다.
바뀐 환경과 상황때문에 두 친구는 아마 만날 수 없을꺼 같은 생각이 드니, 상황이 이해는 되지만, 마음 한견으로 서운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다. 나도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일주일에 4일 정도를 재택근무하는 요즘은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문득문득 내가 이렇게 아는 사람이 없었나, 내가 인맥이 이렇게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호주에 오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 지인들과 자연히 멀어지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들 중 하나이다. 동시에 나와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하고, 많은 이들에게 자녀가 생기고, 일적으로도 바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이 참에 한 번 찾아보니, 2011년 11월 9일자 가디언 (The guardian)의 한 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없던 시대에, 사람들은 평균 3명의 친한 친구가 있었던데 반해 소셜 미디어가 판 치는 요즘 - 아이로니하게도 사람들은 평균 2명의 친한 친구가 있단다. 여기서 친한 친구라 함은 - 힘든 일이고 슬픈 일이고 기쁜 일이고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친구를 의미한다. https://www.theguardian.com/uk/2011/nov/08/social-networking-close-friends
모든 것을 말 할 수 있는 친구 - 여동생과, 고교 친구 1명, 중학교 친구 1명, 이전 직장 동료 1명 이렇게 넷이 있으니 그래도 나는 꽤나 성공한 것이라고 해야할까? 아참. 거기에 나의 평생 친구인 배우자가 추가 된다. 그러니 총 5 명의 친한 친구가 있다. 울적한 마음이 들면, 이들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우정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친구들 - 내가 블로그 하는 줄은 몰라서라도 못 읽겠지만, 사랑한다. 많이많이!
참고로- 아래의 11가지가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와 친한 친구를 구분하는 특성이란다. (출처: http://www.huffingtonpost.com.au/entry/qualities-of-real-friends_n_5709821)
- They push us to be more accepting of ourselves.
진짜 친구는 내가 나 자신이 그대로가 될 수 있게 해주고, 나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동시에 친한 친구를 돕는 것으로 그는 행복해 할 것이다.
- They call us out when we're in the wrong.
나쁜 면 뿐 아니라 좋은 면까지 포함하여, 친한 친구는 마음속에 있는 그대로 말해줄 것이다. 친구가 잘못하고 있는게 있다면, 우정을 무릎쓰고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정직하게 말해줄 것이다.
- They are present.
친구가 필요로 할때 온전한 관심을 쏟아주는 것. 가령 친구를 만났는데, 내 이야긴 듣는중 마는둥 하며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수시로 다른 사람과 메세지와 전화를 주고 받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 보면 된다.
- They really listen.
One way 가 아니라 two-way 로 대화를 한다. 떠올려 보시라,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주제가 바뀔때마다 계속 자기 이야기만 하던 친구 덕에 하고 싶은 말은 하나도 못하고 친구 이야기만 듣다가 집으로 올때 들던 답답하고 허탈한 기분 말이다.
- They support us through adversity.
내가 성공적이고 잘 나가는 시기뿐 아니라 힘들고 어려울 때도 내 곁에 있는 친구.
나의 배우자가 그런 적이 있다. 어느날 친구가 응급실로 가게 되었는데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의 배우자에게 전화를 했던 참이었는데, 당시 그는 혼자 살고 있었고 여러 상황들이 녹록치 않았다. 그 이야길 듣자마자 배우자는 돈 걱정 하지 말고 얼른 수술을 예약하라고 하고,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그 친구 곁에 가서 수술 받는 날, 그리고 그 후 몇일 그 친구를 돌봐주고 온 일이 있다.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가 필요로 할때 이렇게 모든 일을 멈추고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 They keep our stress in check.
그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친구. 가끔 그런 친구가 있다. 그 친구랑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고, 마음이 진정이 되고,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친구.
- They keep us humble.
가끔은 우리가 겸손해지도록 하는 친구. 작거나 큰 성공으로 자아도취하여 다른 이에게 민폐를 기칠지게 될지도 모를 무렵, 나에게 현재의 성공 이전의 평범한 모습을 일깨워주는, 과거에 내가 어땠는지를 알고 일깨워주는, 그래서 내가 항상 겸손할 수 있게 해주는 친구.
- They have our backs, even when life gets tricky.
기사에서 예로 들고 있는건, 과장된 시나리오였는데, 요약하자면, 어려운 일, 안좋은 일, 말하기 어려운 일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친구다. 주제나 내용에 따라서는 친구가 당장 마음이 상할까봐, 혹은 불쾌해 할까봐 염려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고, 그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라는 말이다.
- They make the friendship a priority.
결혼, 직장 생활, 자녀 등등의 문제가 시간이 가면서 점차 바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진정한 친구라면 나의 일상이 우정을 덮어버리게 방치하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 우정이 금이 가도록 혹은 바래도록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친구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어영부영 하다보면 잘 시간이고, 이런 일상들이 일주일 내내 반복된다. 같은 직장에 다니거나 같은 동네에 사는게 아니면, 친구랑 연락을 하기가 사실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일년 목포로 친구들 및 가족들 생일에 챙기기를 넣어두었다. 구체적으로 누구의 생일을 챙길 것인지 이름도 주욱 나열해 두었고, 미리 핸드폰에 알람도 설정을 해두었다. 십이월 초가 되면 연하장도 꼭 쓴다. 한두달에 한번씩은 내가 먼저 전화도 꼭 하는 편이다. 나의 이런 조그만 행동에 행복해 하고 고마워하는 친구들이 있어 나는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동시에 "일부러" 노력을 하지 않는 친구들을 대했을 때와, 그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나도 마음이 멀어져 왔던 것이 떠오른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일부러" 투자를 하고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 They practice forgiveness.
진정한 친구는 이해하고 용서할 수도 있다.
- They make us want to be better people.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 서로에게 롤 모델이 되어줌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 아마 이건 친한 친구의 요건이자 좋은 배우자의 요건이 아닐까 싶다. 가령, 나의 한 친구는 남 모르게 해마다 불우이웃을 돕곤 했었는데, 그런 너그러운 마음에 살짝 감동을 받고 나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또 한 친구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다양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지적인 능력이 나를 고무시킨다. 친구들은 서로 상호작용하게 되는 법인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많다면 좋은 일일 게다. 나도 친구들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사진 출처: https://i.huffpost.com/gen/1986387/thumbs/o-FRIENDS-570.jpg?1
보고 싶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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