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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Justin

by 반짝이는강 2019.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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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의 순서도 지난 해와 동일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Kiyong 과 Shona네 집에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Jackie와 Justin네 집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매년 그랬듯이 Justin은 이번 해에도 거의 혼자 음식 준비를 도맡아 하느라 내내 분주하다가, 점심식사가 끝나고, 한바탕 선물풀기가 끝난 후에야 조금 여유를 찾는 것 같았다. 

Justin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 60 전후일테고, 그는 경제적인 자유를 획득하고는, 약 10~15년 전에 미련없이 은퇴하고는 브리즈번으로 돌아와서 정착했다. 

지금까지 전해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저스틴은 타운즈빌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까지 타운즈빌에서 마쳤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조금 잘 교육시키고 싶었던 저스틴 부모님의 바램에 따라, 고향을 떠나 브리즈번에 와서 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대학은 모르겠음). 그리고는 어찌어찌하여(???), 영국으로 가서 일하게 된 저스틴은, 가방 만드는 회사에 회계사로 취직을 하고 약 십년(추측) 동안 한 회사에 근무한다. 그 동안 그 회사가 점차 성장해서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 되게 되었고,  저스틴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회사의 지분을 미련없이 모두 매각함으로써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곧바로 은퇴했다고 한다. 

이번에 저스틴이랑 잠깐 대화를 나누는데 - 그가 한 이야기들 중에 두 개가 기억에 남는다.

 

저스틴의 이야기 1 

20대의 젊은 시절 - 잠깐의 공백기간 동안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저스틴은 NSW 주의 아주 서쪽에 있는 시골 광산 마을에 가서 몇 달간 일했었다. 호주는 광산업이 굉장히 큰 산업중 하나이고, 외딴 광산마을에 가서 일하면 예나 지금이나 급여가 좀 더 높다. 주말이나 밤에 일하면 시급이 더 높아진다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광산촌에서의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해져가던  어느 날 - 그 지역에 일하러 온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새로운 사람이 저스틴에게 던진 질문은 "최근에 무슨 책 읽었어요?" 였. 그 질문을 받고 저스틴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시절 광산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책이 시중에 나와있는지 (정보도 없고)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적 활동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저스틴은 그에게 있어 지적 자극 및 지적 활동의 소중함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낯선 이가 던진 질문 하나 덕분에, 그 소중함을 새삼스레 그리고 즉각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당시 그가 있던 광산촌은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그에게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고 판단하고 쉽게 마음을 접고 떠날 수 있었단다. 

 

저스틴의 이야기 2

인류의 생활 혹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만한 발명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술가는 100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하다. 저스틴은 이 사실에 일찍 눈을 떴고, 이 사실에 대해 꽤나 심사숙고해봤다고 한다. 

나는 인류의 생활이나 미래를 바꿀만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 말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 "나에게는 그런 재능이나 소질은 없다" 였다.

그렇다면 뭘 해야할까? 확실한건 매달 돌아오는 bill들을 내기 위해 별 열정도 없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는 일을 정년퇴직 할 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즉,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경제적 자유를 획득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저스틴의 이야기를 듣고...

(내 딴에는)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가 있어서 가끔 일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지끈지끈 머리까지 아파했던 어리숙하던 내가... 요즘은 회사 일은 될대로 되라...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하니... 참 낯설다. 

그런데 - 저스틴 말을 듣고 보니 - 철없던 나는 이제서야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고, 드디어 현실에 대해 좌절하는 중인가싶기도 하다. 요즘 대부분의 일에 의욕이 없다.

최근 몇 년간 이렇다할 지적 input이 없으니 output이 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내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것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항상 새로운 꺼리들을 알려주고,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며, 새로운 지식들을 나눠주던 상명이와의 대화가 필요한가보다. 그러기에 그는 이제... 너무나 멀리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 - 한 몇 달 도서관 옆에 살면서 하루 종일 한가하게 책이나 읽고, 산책이나 하고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그 전에 갚아야 할 모기지가 너무 많다. 휴우...

 

패션프룻 꽃

 

지난 해에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었던 30 cm 남짓하던 패션프룻 나무가, 지금은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덩굴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다. 이틀 동안 비가 오고 난 후인 오늘 아침에 보니 드디어 첫번째 꽃이 피었다. 패션프룻 나무는 암컷과 수컷이 있다고 한다. 내가 산 나무는...암컷수컷 나무가 접목된 것이라 믿고(?) 있는데....곧 열매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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