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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오늘의 우버 (Uber) 기사님들

by 반짝이는강 2020.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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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돌아간 수잔이 한달 휴가를 내고 남편이랑 그녀의 어린 딸이랑 시드니로 휴가를 왔다. 이번에 못보면 또 언제  다시 그녀를 보겠나 싶어서, 겸사겸사 새로운 CRA랑 시드니에 있는 어느 병원으로 recruitment visit을 잡았다. 

시드니에 살 때는 목적지로 향할 때 택시나 트레인을 타고 다녔는데, 브리즈번에 이사 오고나서부터는 우버 (UBER)에 눈을 뜨고 거의 우버를 이용하는 편이다. 특히나 시드니에서는 택시를 타면 십중팔구 (8~9 out of 10) 너무 더러워서, 요즘은 100% 우버를 이용하거나, 그냥 트레인을 탄다.

시드니 택시는, 택시 안이 인간적으로 진짜 더럽다. 택시에서 내리면 "더러워진" 기분이 들어서, 집에 오면 바로 샤워실로 들어가고는 했었다. 그 다음은 멜번 택시가 지저분하고, 브리즈번 택시는 이 두 도시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 

아참! 그리고 우버를 이용할 때는, 콴타스 앱으로 들어간 다음에 "BOOK" 메뉴로 가서 우버를 선택해서 예약하면, 나중에 콴타스 포인트가 적립되는건 덤이다. 

 

우버기사 1 - Guy

아무튼... 아침에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UBER를 예약했는데, 사진으로 뜨는 기사님이 낯이 익다. 전에 한번 나를 공항으로 데려다 준 분이다.

아침에 만나는 우버기사님들 중에는, 우리 동네에 살면서, 출근길에 방향이 맞는 경우에만 픽업하는 분도 있고, 은퇴하고 소일거리 삼아 아침에 두세시간 우버를 하는 분도 있다. 

 

조금 일찍 집 앞 drive way를 따라 내려가서 서 있는데 - 왠 LAND ROVER??

차에 타고 보니 예전에 만났던 그 분이 맞길래 차가 바뀌었냐고 물어보니까, 자기 차가 여러 개 있단다. 저번에 날 태워줄 때 이용했던 차는 중고로 팔려는 중이란다. 아무리 Discovery 라지만, 2019년도 판매 가격이 $149,990 이다. 호주 직장인 평균 연봉보다 높은 가격의 차를 몰고다니며 우버를 하시다니... 요즘 기름값도 리터당 $1.7를 찍고 있는데... 

이 분은 건축회사에서 draftman으로 일하다가 1~2년 전에 은퇴하고, 은퇴한 기념으로 머리도 장발로 마음껏 기르고, 브리즈번에서는 약간 부자동네 (old money)로 알려진 브룩필드 (Brookfield)에 살면서, 아침에 가끔가다 랜드로버 몰고 다니며 우버하고, 짬짬이 외국어 공부도 하고 그런단다. 

저번에 나를 태워주고 나서 - 아내랑 같이 이탈리아랑 폴란드로 가서는 한달 동안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다가 왔단다. 폴란드 자전거 여행은 이번이 네번 째로 간거였다면서, 폴란드어의 유래와 특색에 대해 설명도 해주었다.

그 분 말로는 폴란드어는 유럽에서 현재 폴란드 땅으로 간 선교사들이, 그들의 말은 있는데, 그걸 기록할 활자가 없어서 고안해 낸 것이 지금의 폴란드어 표기이고, 약 1000년 전에 이 작업이 이루어졌단다. 

다음 여행 목적지는 내년에 자기 딸이 아프리카 출신 남자랑 결혼할 때 전 가족이 아프리카에 가서 아프리카를 일주해볼 예정이라고. 

 

우버기사 2 - Reuben 

시드니 공항에서 우버를 부르면 보통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우버를 부르고 prioty pick up 장소로 걸어가는 중인데, 메세지가 온다. I arrived.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경우는 잘 없는데 신기하네... 차종이 뭔지 잘 보지도 않고 번호판반 보고 탔는데, 이번 차는 Toyota Kluger 다. 

시드니에 있는 목적지 병원이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하는데, 이 분은 왕년에 본다이를 비롯한 동쪽 해변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였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했고, 본다이에 집이 있으며, 심심할 때 소일거리 삼아 우버를 하는 분이었다. 

2019년 12월 통계로 보면 본다이 해변 (post code 2026)의 집값 중간 (median) 가격은 $2,700,000 이다. 시드니 지역 중에서도 본다이는 휴 잭맨 (Hugh Jackman) 같은 사람이 사는, 거의 부르는게 값인 그런 동네다. 휴 잭맨은 시드니에 있을 때는 6 밀리언 달러에 달하는 Ramsgate Avenue에 있는 아파트 펜트하우스에서 지내고, 본다이 해변에서도 종종 보인단다. 이 분은 왕년에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만큼, 그 중에 아주 전망이 좋은 집에 살고 있지 않을까. 

내 이름을 보더니 - 한국 사람이라고 바로 맞힌다. 보통 Chinese / Taiwanase / Vietmanase / Malasian 이런 순으로 나오고 한국인이라고 맞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까, 자기 남동생이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분 이름이 "영란"이고, 그 외에도 한국 사람을 몇몇 아는데, 이름이 다들 두 글자란다. 그래서 내 이름도 한국 이름 같았단다.  일리가 있다. 

말투가 아주 부드럽고, 호주남자답지 않게 상냥해서 게이인가 하고 속으로 짐작했었는데, 로즈베이 (Rose Bay)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로즈베이야 말로 방 4개짜리 집 중간값이 $4.12M에 달하는 부촌 중에 부촌인데 말이다. 그리고 손자손녀도 2명이나 있단다. 

 

두 분 모두 비교적 부유하게 은퇴해서, 사람들도 만날겸 소일거리 삼아 우버를 하고, 일을 안할 때는 가족 혹은 파트너와 시간을 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요즘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하고 싶은데, 앞으로 못해도 20년은 더 일해야할꺼 같은 나는 - 오늘 이분들이 좀 많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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