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주부터 1월 첫 주까지 2주 동안 쉬었다. 영국에 다녀온 후부터 배우자는 바다에 가고싶어했다. 자기가 영국에 있는 내내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매일매일 오는 비때문에 더욱 우울하고 슬펐었다며, 햇빛이 내리쬐는 해변이 무척 그리웠었다고 했다. 호주의 찬란한 햇빛이 내리쬐는 해변에 가서 하루를 보내면 그간의 우울함이 가실 것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는 12월 25일부터 시작된 나의 휴가 기간 내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은 해변에 가는거냐고 물었다. 퀸즐랜드의 너무 뜨거운 햇빛에 한낯에 약 10분 정도만 노출되도 얼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나는 매번 심드렁하게 대답했었다. 그래도 한번은 가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시드니 살 때는 오전 늦게 일어나도 갈 수 있는 해변들이 워낙에 많고, 그날 기분에 따라, 인원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골라서 갈 수 있을 정도였는데, 브리즈번에서는 괜찮은 해변은 골드코스트나 선샤인 코스트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가기가 좀 힘들다.
1월 4일 아침! ☀️
휴가가 끝나기 전에 꼭 한 번은 배우자를 해변에 데리고 갔다오자고 마음 먹었었고, 일요일은 아무래도 부담될꺼 같아서 토요일에는 작정하고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Noosa 누사!!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직장 동료 중에 시드니에 사는 John은 누사가 너무 좋다며, 해마다 크리스마스와 이스터때 전 가족이 누사로 일주일씩 휴가를 간다. 얼른 은퇴해서 누사로 이사가는게 소원이란다.
집에서 8시 반 쯤 출발했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길이 막히자 않아서 쓩쓩~~~
우리 집은 브리즈번 서쪽인데다, 가는 길에 주유도 하고 그래서인지 NOOSA HEADS 까지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10시 반쯤...
차가 막히기 전에 일찍 출발하느라 아침을 건너뛰었더니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프다. 일단 주차를 하려고 공영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MOTO 라는 카페처럼 생긴 곳이 보이는데, 안에 사람들도 많고 해서, 시도해 보기로.
음식점 고르는데 까다로운 우리는 - 겉에서 보고 MOTO가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주변 지역을 한바퀴 빙 돌아본 후 (약 30분 넘게 동네 한바퀴 함) MOTO가 제일 괜찮아 보인다고 결론 내리고 착석했다.
밖에서 봤을 땐 뭔가 아시안 음식을 하나 싶었는데, 토요일 저녁엔 인디안 커리, 수요일 저녁엔 베트남 음식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 아시안 음식은 점심부터 서빙하는듯.... 아침에는 커피랑 아침메뉴만 있나보다. 주문한 커피도 괜찮았고, 스크램블이 들어간 부리토도 맛있었다.
착석하고 보니, 여기는 소량생산하는 부띠끄 맥주도 많이 취급하나보다. 오전 (10시 이후에만 취급하는듯) 부터 맥주를 사가는 사람들도 있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휴양지 같은 느낌 팍팍 나게 일하는 분들이나 주문하는 분들도 아~~~~주 느긋하다.
누사까지 오는데는 길이 안막혔지만 나처럼 1월 5일까지 쉬는 사람들이 많고, 누사는 호주 내국인들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이기때문에, 누사 국립공원 (Noosa National Park)쪽으로 들어가는데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빙글빙글 돌고 돌아 간신히 주차를 하고 - 해변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이런 풍경이다.
나처럼 사진 실력도 미적감각도 없는 사람이 대충 찍어도 이런 풍경이다. 누사 국립공원 홈피에 있는 이미지는 이렇다. 이렇게 보니까 뉴사우스웨일즈 주랑은 달리 퀸즐랜드에서는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바다색이 옅은 에메랄드 빛이 되는거 같기도 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 크고작은 해변들이 있고, 이 산책로를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 그냥 걸어보는 사람, 맨발로 걷는 사람, 나처럼 조리신고 온 사람,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산책로는 해변을 따라서만 있는게 아니라 누사 헤즈를 가로질러서 숲속으로 난 산책로 (산책이라 하기엔 난이도가 있을지도..)도 여러 개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오래도록 걷고 싶었지만, 햇빛도 아주 쨍쨍하고, 조리 신은 발도 조금씩 불편해서 일단 잠깐 쉬기로.
그늘을 찾아서 잠깐 앉았더니, 내 앞에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모자를 쓴 부녀가 책을 읽고 있는 이런 장면이 보인다.
이게 아주 붐비는거라고 하면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호주 기준으로는 사람이 많은거다. 아직 휴가기간인 1월 첫 주 주말이라, 해변에도, 바다에도 사람들이 무진장 많다.
갑자기 예전에 안면도 해수욕장에 다녀온 기억이 난다. 8월이었던 것 같은데, 3-4시간 운전을 해서 도착했는데 말 그대로 해변에 "발 디딜 틈"이 없어서, 정말 모래사장에 발도 디뎌보지 않고 바로 차 돌려왔던,,, 그런 기억이 있다.
해변을 보고 있노라니... 수영복 패션도 가지가지다. 그래도 한 가지 트렌드는...아마 최근 1~2년 사이에 시작되어서 이번 해에 부쩍 더 그런거 같지만 요즘 여자 수영복은 V 라인이 아주 깊고 좁게 나온다는거다.
엉덩이 부분도 많이 노출되도록 엉덩이에 수영복이 날씬한 하트를 그리는 그런 수영복을 입은 분들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고 있는 내 마음도 이렇게 설레이는데, 보고있는 straight 인 남자분들은 더 설레이겠지. 그나저나 이런 모양 수영복은 입고 수영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수영장에서라면 모를까, 파도치는 바다에서 수영할 때 입기에 기능성 면에서 0점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런 수영복은 분명... 여자가 아니라 gay guys 가 디자인 했을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무튼 한적함이 익숙해져 있는 우리한테, 1월 첫번째 주의 Noosa는 조금 많이 복잡해서, 급히 검색을 한 후 거기서 남쪽으로 약 14 km 떨어져 있는 Peregian beach 페레기안 (혹은 페레지안?) 해변으로 이동했다.
조금 덜 북적이는 해변으로 가고 싶어서 구글 맵을 보고 리뷰를 읽어본 후 간 곳인데, 결과는 대 성 공!!!
다들 근교에 사는 사람들인지 친절하다. 주변에 좋아보이는 음식점들과 pub/bar들도 여러 개 있다. 해상구조대원도 있고, 샤워시설 및 화장실, 공용 전기바베큐도 있고, 작은 잔디밭도 있다. 평화롭다.
해변으로 이사간다면 이런 동네로 이사오고 싶다. 지나가다 부동산 사무실에 붙어있는 매물들을 보니까, 브리즈번애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곳인데도, 1M을 훌쩍 넘는다.
간이 비치텐트를 치고 벌러덩 누워서 난 책을 읽고, 배우자는 부모없는 아이마냥 혼자 바닷가에서 파도를 맞으며 놀다가 돌아왔다. 다음엔 좀 같이놀아줘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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