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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기일(忌日)

by 반짝이는강 2020.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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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저녁에 "준비중" 이라는 짦은 메세지랑 함께 남동생한테서 사진이 한장 날아왔다. 

제사상 사진이다. 

월요일은 할머니 제사날이었다.

 

금요일인 오늘 저녁엔 "마음으로 하시오" 라는 말과 함께 남동생한테서 사진이 날아왔다. 

제사상 사진이다.

오늘은 아빠 제사날이다.

남동생이 이렇게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으면, 난 까맣게 잊고있다가 내일이 설날이라는걸 깨달으면 그제야 아빠 기일을 떠올렸을 것 같다. 아빠는 2017년 1월 28일 설날 돌아가셨다. 

내가 이렇게 매사에 무심한데 대해 아빠는 어떻게 생각했었을까? 오늘 아침에는 아주 드물게 악몽을 꾸다가 배우자가 옆에서 깨워서 간신히 깨어났다. 꿈에서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던 중이었는데- 옆에서 보기에는 심하게 끙끙거리더란다.  아침에는 별 생각이 없이 지나갔다가, 오늘이 아빠 제사날이라는걸 알고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셨었다. 그때 당시에 좀 이상하다...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내일은 설날이다. 

 

아빠 제사를 진행하는 동안 남동생이 페이스타임을 해왔다. 나는 날라리 누나지만 - 여동생은 결혼할 때까지는 매년 가족과 함께 구정을 맞이했었고, 결혼하고 나서는, 처음 맞는 설날 아빠가 돌아가셨기에, 그 후로는 매년 제사에 함께 참석해왔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첫번째 두번째 제사에는 일부러 시간을 맞춰서 나도 한국에 갔었다. 

이번 해에는 첫째인 나는 호주에 산다는 핑계로 코빼기도 안비추고, 둘째인 여동생은 - 지금 백일도 안된 조카랑 시름하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이번 해에 남동생은 - 누나 둘이 모두 부재 (不在) 한 채로, 아내랑 엄마랑만 같이 할머니 제사, 아빠 제사, 설날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아까 남동생과 통화를 할 때는 - 결혼 한 누나들은 별거 안하고 자기가 많은 책임을 져야하니 조금 화가 났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문득 누나인 내가 그리고 여동생이 생각나고, 보고싶어서 전화를 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 올케에게 나는, 본인 아버지 제사에 전화도 먼저 안하는 얄미운 시누이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가까이 살면 이럴 때 참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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