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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호주에서 GP 만나기

by 반짝이는강 2020.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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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 = General Practioner 라고 가정의학과라고 해야할까? 호주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게 바로 이 GP들이다. 한국처럼 전문의한테 가고 싶다고 바로 가고... 그러는게 아니라 - 건강이상이 있을 때 일단은 GP를 만난 다음, GP가 소견서/의뢰서 (=referral) 를 써주면, 그걸 들고 전문의 (=specialist)를 만나는게 호주에서의 순서다.  그렇지 않고 바로 전문의를 찾아가면 medicare 커버가 안되는걸로 안다. 그렇다고 GP를 보고 소견서를 받아서 전문의 본다고 해도 그 비용이 전부 Medicare로 커버되는 것도 아니기는 하다. 

물론 - 갑자기 쓰러졌다거나, 큰 감염이 있다거나 하면 응급실로 직행할 수 있다. 

얼마 전에 pap test (=자궁경부암)를 받으러 GP를 찾아갔다. 지난 해에 감기가 걸려서 귀가 아플 때, 크게 아프기 전에 마음에 드는 GP도 미리 찾아둘 겸 일부러 집에서 가까운 GP를 찾아갔더니 - (약사인 내 눈에) 그가 의사로는 별로 미덥지가 못해서 다신 안가야지 했었더랬다.

이번에는 미리 좀 사전조사를 해서 평판이 좋은 GP를 찾아서 예약을 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GP 예약이 가능하더라. 평판이 좋은 의사다 보니 당연히 당일 진료는 불가능하고 미리 예약을 해야했다. 

 

진료를 보러 간 날 - pap test를 하고, 그녀를 만난 김에 요즘 아픈 어깨랑 다리, 그리고 오른 쪽 귀가 예민한 증세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간단히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나의 과거력을 물어본 뒤 Dr Nguyen 은 청력검사 + 허리 CT + 혈액검사를 하고오라고 했다. 우선 검사결과들을 보고 왜 몸 한쪽만 불편하고 아픈지 생각해보자며 말이다. 

약 40~45분 정도의 상담을 마치고 나오니 - 총 비용은 $140 였는데, 일단 내가 $140을 내고나니, 즉석에서 Medicare에 클레임을 해서 메디케어에서 커버되는 비용인 $73.95를 내 계좌로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돈은 정말 당일에 바로 내 계좌로 들어와서 그 신속함에 살짝(?) 놀랐다. 결과적으로  본인부담금으로는 $66.05를 낸 셈이다.

예약 할 때만 해도 Bulk billing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 연금수령자나, 16세 미만의 아동,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bulk billing 을 제공하고 있었다. 즉, 나 같은 일반 성인은 벌크 빌링 해당이 안된다.  GP를 찾고 계신 분이라면 - bulk billing 되는 곳인지 꼭 미리 확인하고 가세요!

 

Bulk billing 이란? 

대체 이게 뭔가 궁금한 분들도 있을꺼라 생각되는데 Wikipedia를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A payment option under the Medicare system of universal health insurance in Australia. It can cover a prescribed range of health services as listed in the Medicare Benefits Schedule, at the discretion of the health service provider.[1] The health service provider - usually a doctor - is paid 85% of the scheduled fee for outpatient services; and 75% of the scheduled fee for inpatient services, by billing the government via the patient's Medicare card. The service provider receives a fixed proportion of the scheduled fee but avoids the costs and risks of billing and debt collection. (중략)

Under Medicare, it is not permissible to charge the patient a co-payment with bulk billing (although this was previously permissible): a service provider who bulk bills for a service may not charge the patient further for that service. 

Service providers may choose whether or not to use bulk billing. Many general practitioner services are bulk-billed, but less so in rural, regional, and remote areas of Australia where there is a greater shortage of doctors and health care services. The key purpose of bulk billing is to provide an economic constraint on medical fees and charges.

 

즉, bulk biling 하는 의료서비스 제공자 (=GP)가 의료보험공단에 해당하는 비용을 (좀 할인된 금액으로) Medicare에 직접 청구하기때문에, 환자에게 부과하는 비용이 없다.  반면 Bulk billing 을 하지 않는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가면 -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출처: mydr.com )

GP 비용 예시

항목 비용 
Doctor’s consultation fee $50.00
Medicare Schedule fee (=메디케어 보장비용) $36.30
Medicare rebate to patient (100 per cent of Schedule fee) (=메디케어에서 커버하는 비용) $36.30
Out-of-pocket expense to patient (=본인부담금)  $13.70

 

참 희안하게... 시드니에선 GP를 만나고 별도로 돈을 내본적이 없었다. 아마 대도시이고, 의료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고, 그래서 Bulk billing 하는 곳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위키페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곳, 가령 시골이나 교외로 가면 벌크빌링 하는 곳이 좀 적다는데.... 브리즈번은.... 그래서 벌크 빌링하는데가 잘 안보이는걸까?

2012-2013년에 호주 보건부 (Department of Health)가 발표한 벌크빌링 비율은 이렇다. 다른 도시는 모르겠고...브리즈번 도심에 있는 GP들은 5곳 중 2곳만 벌크빌링하고, 나머지 3곳은 벌크빌링 안한다는 소리다. 

내 배우자는 내가 간 메디컬 센터랑 약 500 m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메디칼 센터의 GP를 만나는데 - 거기는 벌크빌링이 되서, 한푼도 낼 필요가 없다. 그 GP는 영국에서 교육받았으며... 배우자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 집이 있는(?) 그런 GP 부부란다. 나도 기회를 봐서 거기로 옮겨야 할까보다.

 

다리가 가끔 아픈 증상과 관련해서 과거력을 감안해서 GP는 나에게 허리 CT를 찍고 오라고 했다. QScan에 예약을 하고 가서 허리 CT를 찍었더니 총 비용이 $228 였다. 요건 GP referral letter가 있어서 본인 부담금은 없었다. 즉, 공짜였다.

혈액검사도 무료.

다만 청력검사는 돈을 좀 내야했다. BUPA 사보험이 있는데... 약관을 찾아보니 사보험 커버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청기는 커버가 될지언정, 이런 청력검사는 보통 커버가 되지 않는걸로 나왔다.  

 

GP가 하라는 검사를 모두 마쳤다. 별 이상이 없으면 - 전화로 설명하고 끝낼꺼라고 했는데, 예약을 하고 내원하라고 메세지가 왔다. 뭐 이상한게 있나? 내가 내원해야 돈이 되니 그래서 오라는건가? 암세포가 다시 자라고 있나? 별별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방문 예약을 하고, 여러가지 검사 결과를 들으러 다시 GP를 만나러 갔다.

GP가 나에게 내원하라고 한 가장 주된 이유는, 허리 CT에서 부신 근처에서 발견된 cyst (혹?) 때문이다. 크기가 무려 3.3 cm 란다. 그녀는 혹시 모르니 일단은 초음파를 찍어보자며 다시 검사지를 건네주었다. 

두 번째는 CK 수치가 높다고 했다. CK-MB는 정상이니 심근경색은 아니지만...어쨌든 뭔가 근육 손상이 있는거 같다며...흠.... 이건 검사하기 직전 7~10일 동안 안하던 필라테스랑 요가 클라스에 매일매일 가서 그리 된 듯 하다. 

세 번째, 청력 검사상 귀는 멀쩡한걸로 나왔다. 그런데도 나는 한쪽 귀가 계속 예민하고 가끔 살짝 아프기도 했다. 그녀 말로는 내가 몸의 한쪽 (=오른쪽)만 아픈 이유를 설명할만한게 없다며 - 뇌 MRI 를 찍어볼까 라고 물어왔다. 원래 청력 검사를 한 이유도 한쪽 귀랑 한쪽 몸이 아픈 이유를 찾기 위함이는데, 결과 상 귀에는 이상이 없으니 뭔가 뇌나 신경에 원인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거다. 나는 신경과 전문의를 먼저 만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녀도 동의해서 referral letter을 써주었다. 신경과 전문의가 필요한 경우 MRI를 찍으라고 order를 내면, 메디케어에서 MRI 찍는 비용에 대한 커버가 좀 될꺼다라는 예상도 있었다. 

이번에는 약 30분 정도 상담을 받고 총 비용이 $100이 나왔다. 즉석에서 $100를 내고, Medicare에서 커버되는 비용인 $73.95를 계좌로 받아서 본인부담금으로 $26.05를 낸 셈이 되었다. 

이번 해는, 어쩌면 내 인생 최고로 많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참! 혹시 호주에서 아픈 곳이 있어서 GP를 만나볼까 비용이 얼마나 들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희소식은... 호주에는 Medicare Safety Net 이라는 제도가 있다는거다.

Medicare Safety Net Thresholds

Threshold Amount Who is eligible? Calculated on Benefit after threshold reached
Original $430.90 All Medicare cardholders Gap amount 100% of schedule fee for out-of-hospital services
Extended concessional and FTB(A) $624.10 Concession cardholders; Families eligible for family tax benefit (A) Out-of-pocket costs 80% of out-of-pocket costs or the EMSN benefit cap for out-of-hospital services
Extended general $1248.70 All Medicare cardholders Out-of-pocket costs 80% of out-of-pocket costs or the EMSN benefit for out-of-hospital services
Out-of-pocket costs = difference between Medicare benefit and the doctor’s fee.
Gap amount = the difference between the Medicare benefit and the Schedule fee.
Schedule fee = the fee for service set by the Australian Government.
EMSN = Extended Medicare Safety Net
Adapted from Medicare Australia

 

GP는 벌크빌링이 되는 의사를 만난다고 해도, 전문의를 만나기 시작하면 본인부담금이 조금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전문의 (=Specialist)는 한번 만날 때 마다 본인부담금이 $100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야하는 검사들도 많아진다. 약값도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해당 년도에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의료비용이 위의 표에 있는 정해진 금액에 도달하면, 그 이상의 금액은 Medicare가 전액 혹은 일부 부담하는 제도가 Medicare Safety Net이다. 한국에도 암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진단받으면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호주에서 - 도시와 떨어진 지역에 사는 분이라면 - 호주의 의료서비스는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해야할 경우, 그에 대한 교통비 (주유비 혹은 항공권) 및 숙박비도 지원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GP나 전문의에게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요청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고, 안아픈게 최고다. 다들 건강 할 때 혹은 몸이 작은 신호를 보내오면 무시하지 말고, 시간 내서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많이 웃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노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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