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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COVID-19로 쓴 강제휴가 - 일주일

by 반짝이는강 2020.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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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3월에 들어서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공식 이름 COVID19)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먼저 전 직원 해외 출장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곧 이어 3월 16일부터는 외근 (=모니터링) 금지가 시작됐고, 연달아 전직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제약회사 직원들이 병원에 출입을 못하면... 당연히 할 일이 많이 없다. 그래서 부활절 휴일과 맞물려서 전 직원 일주일 강제휴가에 돌입.

해외로는 당연히 못가고,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아주 눈치봐야하는데... 일주일 휴가라니... 그래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주일 맘 편히 띵가띵가 쉬어보자 하면서.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에는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끊고 - 5월에 여행갈 준비로 신났어야 했는데... 4월 7일부터 호주 사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해외로 못나간다. 해외여행이 금지 됐다.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셈. 회사에서도 개인적인 이유로라도 해외로 여행을 가게 되면, 회사에 미리 꼭 알리라고... 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소셜 디스탠싱 (개인간 1.5m 의 거리 유지)뿐 아니라 퀸즐랜드 같은 일부 주에서는 주 경계를 닫아버렸다. 거기에다가 STAY HOME 이 엄청... 강조되고 있다. 퀸즐랜드 주에서는 아래의 항목 이외에는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말고 집에서 머물 것을 요청하고 있다. 

  • shopping for essentials - food and necessary supplies;
  • medical or health care needs, including compassionate requirements;
  • exercise in compliance with the public gathering requirements;
  • work and study if you can’t work or learn remotely.

Social distancing rule을 어기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데 기여할 위험이 있고, 이는 타인에게 직간접적으로,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에 해를 가할 수 있기때문에 강제성이 있다. 특히 COVID-19이 문제시 되고, social distancing를 갓 시작한 첫 주말인 3월 21일에 본다이 해변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걸 계기(아래 사진은 ABC에서 가져옴)로 social distancing을 어길 경우 벌금 & 징역형이 추가되었다. 

주마다 룰도 다르고, 벌금도 조금씩 다른데, NSW에서는 개인에게는 $1,000의 벌금, 회사에는 $5,000의 벌금 혹은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을 매긴다. 퀸즐랜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기고 불필요하게 집을 나서거나 (쇼핑도 집 근처에서 할 것), 같이 사는 가족이 아닌데 2명 이상 모일 경우 $1,334의 벌금을, 자가격리를 어기면 $13,345의 벌금 + 기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빅토리아 주 벌금은 퀸즐랜드 주보다 더 높다.

다음과 같은 뉴스나 신물 기사들이 나오는걸 보면 진짜 벌금을 매기나보다.

선샤인 코스트에서 호텔 방을 잡아서 파티를 하려던 사람들이 $6,000 벌금을 받았다.  

부활절 휴가기간 동안 빅토리아주에 2천여건의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 신고가 있어왔고, 이중 1300건 이상이 벌금이 부과되었거나 부과될 예정임.   

 

내 배우자는 - 요즘 같은 시기에 밖에 나가는건 자살행위라며, 잠깐 슈퍼마켓 가는 것도 엄청 무서워한다. 나는 굉장히 덤덤한 편인데 - 배우자는 슈퍼마켓 갈 때 초록색 일회용 장갑을 챙겨간다. 그리고 쇼핑을 끝내고 차로 돌아와서 짐을 차에 실은 후에는 바로 물티슈를 꺼내서 손을 닦는다. 그 물티슈... 내가 산거같은데 항균기능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다목적용 청소용 물티슌지 난 생각도 안난다. 

슈퍼에 가는 횟수도 줄여야 한다고 - 물건도 한번에 (살 수 있는건) 왕창왕창 산다. 3월 말부터 4월 사이에 장기 저장 식품들도 꽤나 사두었기때문에, 부활절부터 쉬는 이번 주에는 오히려 슈퍼마켓엔 딱 한번 갔다온듯.. 아니... 두번인가? 

호주 슈퍼마켓엔 한동안 휴지를 비롯해 파스타, 토마토 소스, 통조림 식품, 밀가루, 키틴 타올 등등 - 사람들의 사재기로 선반들이 텅텅 비어있었다. 선반이 텅 비어있어서 - 조그맣게 남아있는 물건 이름 + 가격표를 보고서 물건이 동났다는걸 재확인하고는 했었다. 

이건 미국판 SUN에 실린 사진인데 -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한 사재기가, 사회적 약자 혹은 남들 재택근무 할 때 병원에 가서 일하느라 장보지 못한 의료계 종사들에게 얼마나 큰 절망감을 안겨줄지 함축해 놓은 사진 같다. 나 같은 냉혈안도 마음이 움찍했을 정도였으니까.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 호주에서는 노인 및 장애인이 아침 일찍 먼저 쇼핑할 수 있게 해주었고, 몇 일 더 지나서는 의료계 종사자들도 일찍 쇼핑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었다. 동네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겠지만 - 사람들도 사재기를 자제하는 모습이었고, 또 슈퍼에서도 일 인당 품목별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수를 제한했다. COVID-19 사태가 한 달여간 지속되고 나니, 최근에 슈퍼마켓에 갔을 때는 밀가루가 몇 개 있었고, 휴지도 있었다. 

내 배우자는 - 세제와 키친타올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며 광적으로 청소하는 편이다. 아마 내 배우자보다 더 많이 세제 + 키친타올을 쓰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꺼다. COVID-19으로 인해 휴지가 동났을 때, 덩달아 키친타올도 슈퍼마켓마다 동이 났다. 이 사태가 있기 전에 키친타올이 반값 세일할 때 별 생각없이 왕창 사두었기에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 왕창이 어느 정도냐고? 32롤. 아마 남들은 6개월~12개월 정도 쓸 양일꺼다. 2인 가족인 우리 집은 이정도면...  아마 세 달 정도 가나보다. 

일주일 휴간데 - 별거 안했다.

  • Peter LynchOne Up On Wall Street 오디오북 듣기. Audible로 들었는데, 쏙쏙 들렸다. 1999년에 발행된 책인데 - 아직도 그의 법칙은 유효하다는게 내 생각이고, 다음에 잡초 뽑을 때 혹은 산책 갈 때 다시 들어볼 예정. 
  • 김영하살인자의 기억법 읽기 - 탄탄한 구성이다. 한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강력 추천. 
  • The Wife 라고 2017년에 나온 영화 보기 - 이 영화도 별 기대안하고 봤는데, 아주 재미있다. 
  • 2018년에 나온 Book Club -  도서관에서 빌려온 DVD. 다이안 키톤 (Diane Keaton) 제인 폰다 (Jane Fonda) 를 비롯 쟁쟁한 여배우들이 그 유명한 베스트셀러 Fifty Shades of Grey를 읽는 동안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 영환데 - 단순 & 해피엔딩 영화 좋아하는 나로서는 재미있게 봤다. 
  • 배우자랑 동네 산책가기. 그러면 6천보쯤 걸을 수 있다. 요즘 건강 유지를 위해 동네산책하는 아이가 있는 가족들을 위해 아래 사진처럼 창문에 테디베어를 내어놓는게 유행이란다. 다 큰 나도 동네를 돌며 테디베어를 찾아보는게 나름 재미있었다. 
  • 텃밭에서 레몬그라스랑 생강을 수확해서 빨간 태국 닭고기 커리 (Red Thai Chicken Curry) 만들기 
  • 닭 한마리 통째로 로스팅 
  • 닭고기 수프 만들기 
  • 치킨 티카 마살라 (=인도식 카레) + 난 (Naan) 만들기
  • 삼일에 한번씩 사워도우 브레드 굽기. 이젠 좀 자신이 생겼고, 조만간 사워도우 스타터 관리방법이나 사워도우 브레드 굽는 방법을 다시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 마당에 잡초 뽑기 

 

별거 안했는데도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내일부터는 다시 재택근무 시작이다. 내일은 정오 무렵에 내가 담당해오던 프로젝트들을 고대로 인계받을 M과 간단한 미팅을 한 후에 - 본격적으로 인수인계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고 경제와 주식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어져서, 앞으론 그 쪽 방향으로 쭈욱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좋은 책/교재/온라인 강좌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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