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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흐지부지 결혼 기념일

by 반짝이는강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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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판데믹이 전세계적으로 터지고...그런 채로 벌써 반년이 지났네요. 그간 일이 바쁘다는 핑계같은 현실(?)로 인하여... 블로그에 글을 쓸 틈이 없다가 - 오랫만에 오니까 뭘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한동안 블로그에 관심이 멀어졌었더니 - 찍어둔 사진도 없네요. 

그도 그럴 것이 8월 한달 동안도 그랬지만, 9월이 되고 최근 2주 남짓한 날들 동안에도 - 침실과 홈오피스를 오락가락하며, 집 밖으로, 심지어 마당에도 안나가는 생활을 했거든요. 그 정도로 일에 너무 올인했던거죠... -.-

조금이나마 다행인건 (어쩌면 당연하게도) 8월에는 일이 바쁘면서 아주 스트레스 받았고, 일하면서 엔돌핀이 돈다(?) 하는 느낌은 없었는데, 9월 1일자로 입사한 회사에선 - 모든게 아주 정신없이 바쁘고 미친 milestones 들을 따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 제 권한(?)이 많아져서 조금은 재미있어요. 하지만... 권한 = 책임 = 할 일의 양 인거 아시죠..? 

 

몇 일 전이 결혼 기념일이었는데 - 결혼 기념일인거 빤히 알고있었는데도, 8시부터 6시 30분까지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꼬박 일했었네요. 점심도 책상 앞에서 먹었습니다. 이 날은 그래도 결혼 기념일이라고 제가 일찍 끝낸거고, 9월 중순들면서 내내 바빴었고, 또 직전 주말은 집에 이웃들을 초대하고, 그 전 주에는 또 다른 커플들을 초대했었고... 해서 아무런 준비도 못했더랬죠....

그 와중에 그 전 날 배우자가 뜬금없이 아주 드물게 혼자 외출을 하고 오길래 내심 속으로 배우자는 뭔가 준비를 했나보네... 했었는데.... 제가 드디어 마지막 미팅을 중도 탈출(?)하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나오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는겁니다?? 그래서

나: 우리 언제 결혼했지?

배우자: 내가 까먹었을까봐? 아니야. 당연히 결혼 기념일 알지. 9월 00일이지. 

나: 너 오늘이 9월 00인거 아니? 

배우자: 응?? 응??? 

저희 완전..... 로맨틱에서 백만년 떨어져 나온 커플이 되었더라고요. 

결혼 1주년엔 일본으로 온천 여행 다녀오고...

결혼 2주년엔 발리에 다녀왔나...

결혼 3주년도 발리에...갔던가 영국에 갔던가 호주에... 이젠 언제 어딜 다녀왔었나 정확히 기억도 안나네요...

 

암튼 이런 대화를 나눌 때 시간이 이미 7시를 향해가고 있었던 더라, 냉장고에 소고기 다짐육이 한 팩 있길래, 아주 평범하게 집에서 미트볼 스파게티 만들어먹고 결혼 기념일을 보냈어요. 그나마 결혼 기념일이라고 배우자가 고집해서 동네 주류샵에 가서 Arras Sparkling wine을 한 병 사다가 마셨습니다. 

제가 보통 특별한 일이 있는게 아니고서야 제 잔에 부은  술은 다 마시고 - 양치질하고, 꼭 잠옷으로 갈아입고, 제 침대에 가서 자는 사람인데... 결혼 기념일 날은 스파클링을 잔에 가득 채워놓고,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었더라고요. 한밤중에 깨고 보니까 제 위에 담요가 한가득....  

예전엔 제가 어쩌다 소파에서 잠들면 배우자가 침대로 옮겨다 놨었는데.... 늘어난 3kg이 문제인건지, 배우자가 기력이 달리는건지, 소파에서 침대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던건지...  

암튼  최근 이직과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으로 인하여.... 아주 있는듯 없는듯한 결혼 기념일을 보냈네요.

아........! 그러고 보니 특별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2년 전 결혼 기념일에 저희가 이 집을 사서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들어왔었거든요. 고정금리로 해놓은 홈론이 만기가 되어서 드디어 그 날짜로 다른 은행으로 리파이낸싱을 했습니다. 다음 해 결혼 기념일에는 남은 대출금이 많이 줄어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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