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옆집이 집 팔려고 내놨다고 언급한적이 있었죠? 그 집이 몇 달 전에 드디어 팔렸어요.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데이브네가 이사를 가고, 새로운 커플이 이사를 왔답니다.
2020/02/01 - [호주살이/일상생활] - 옆 집이 집을 팔려고 내놨다
워낙에 그 집 건물이랑 저희 집 건물이랑 떨어져 있기도 해서 - 새 이웃이 이사오고 한 달 쯤 지나고 어느날 어쩌다 일요일에 쓰레기통 내놓다가 잠깐 통성명을 한게 고작이었어요.
새 이웃이랑 우리집 사이에는 Bottlebrush 라는 빨간 꽃들이 피는 나무들이 심겨져 있는데, 칡(?)처럼 생긴 잡초가 그 보틀브러쉬들을 타고 올라가서 이제 막 씨(?)가 맺혀서 여기저기 떨어질꺼 같더라고요. 사실 그 나무가 제 나무들이라... 8월 말인가 어느 주말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혹시라도 곤충들에게 물릴라 중무장을 하고, 사다리까지 꺼내서, 그 경계에 있는 잡초들을 몽땅 잘라내고, 뽑아내고, 나무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몇 시간 한적이 있었는데 - 그 때 마침 다시 인사를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생긴 빨간 꽃 피는 나무가 Bottle brush인데 - 새들이 이 빨간 꽃을 매우 좋아합니다.
암튼 제 배우자는 - 새 이웃인 Nathan이랑 몇 마디 나누더니 갑자기 그 커플을 우리집에 초대한거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초대 해 놓고 - 그 날 괜찮지? 라고 물어보는건 뭔 로직...!
암튼 그런게 여차저차해서 날짜가 조금 조금 연기가 되었고, 제 생각엔 이참에 다른 이웃들도 같이 보면 좋겠다 싶어서 - 좀 안면이 있는 Lee & Sarah 네랑 배우자는 알지만 저는 생판 모르는 Paul & Christine 네도 초대를 했네요.
사실 제가 원래... 주말에 블로그 하는 사람인데.... 8-9월에 손님 초대를 몇 번 하면서 좀 많이 바빴습니다. 하루는 청소하고 준비하고... 그 다음 날은 기력소진 및 다시 청소...
암튼 총 4 커플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생뚱맞지만 토요일 4시로 시간을 정했었어요.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간단한 다과(?) 및 토요일 오후 한잔(?) 정도 하자고 부른거죠.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받아 오는 사람도 조금 부담이 덜 한셈이죠.
이번 해에 손님 초대할 때는 점심.. 약 12-1시 사이가 많았는데, 이번처럼 4시를 목표로 하니까 준비하는 입장에서 좀 많이 여유로와서 좋았습니다. 다만... 시간이 긴 만큼... 청소를 더 자세히 오래... 하하하...
시작은 배우자가 했지만... 두 커플 더 초대한건 저라서... 또... Paul & Christine네는 이웃인진 오래였지만 - 말 한마디 안나눠봤었고, Natalie & Nathan은 새 이웃이라서... 신경이 은근 쓰이더라고요.
9월에 이직하고 - 지난주부터 슬슬 바빠지기 시작해서 금요일에 peak를 찍고... 7시 반쯤에야 노트북 끄고...부랴부랴 장보러 다녀왔답니다. 배우자가 낮에 미리 알프레스코 바닥 물청소를 해둬서 다행이었습니다.
대망의 토요일!
원래 계획대로라면 금요일 밤에 케익을 미리 만들어서 놨어야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토요일에 눈 뜨자마자 저는 초코케익부터 만들었습니다. 제가 얼마전에 포스팅한 Chocolate Cloud Cake 이거 - 은근 맛있어요. 그래서 요걸로...! 이제 세 번 구워봤는데 - 전날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담날 먹는게 더 맛있는거 같아요.
2020/09/05 -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요리 와인] - 초코케익 - Chocolate Cloud Cake
일단 햄이랑 치즈를 내고, 상황을 봐서 피자를 구우려고 계획했던지라, 피자도우 만들고, 재료들도 다 올리기만 되게 준비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요. 치즈보드랑 같이 낼 핑거푸드랑 딥(dip) 종류도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이런걸 하는 동안 배우자가 테이블 세팅도 하고, (제가 전에 한걸 보고) 마당에서 Bird of Paradise를 꺽어다가 꽃꽂이도 하고, 집 내부 마루바닥 물청소도 하고, 손님이 오면 쓸 화장실 청소도 하고... 그랬네요.
역시나 계획 미흡(?)으로 손님 도착 30분 전에 부랴부랴 맥주사러 다녀오고 - 청포도를 미리 사두지 않아서 조큼 후회하고... 아주 막판에 배우자가 샤워 마치고 옷 입고 나오자마자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걸어서 오는 분들이라 시간이 아주 칼...!
세 커플 모두 아이가 둘 씩 있는데 - 아이들이 혼자 있어도 되는 나이인 Lee & Sarah를 제외하고는 다들 아이들을 데려왔더라고요. 호주 아이들은 정말 씩씩하고 당당합니다. 저희집 마당을 100 m 질주하듯 뛰어다니고, cubby house에 칠판이 있는걸 어떻게 발견해서 - (제 허락받고) 자기집에 가서 분필 가져다가 - 울집 커비하우스 안에 있는 칠판에 낙서도 하고요. 저희집 올때 가방을 메고왔었는데 - 가방에서 카드 꺼내서 카드놀이도 하고요. 새로 만난 옆집 애랑 숨바꼭질 (hide & seek) 도 하고요... 식탁에 앉아서 그림그리기도 하고요. 암튼 정말 잘 놀더라고요.
어른들은 - 수다 삼매경.... 저는 다들 이야기를 잘 하나 보면서, 다들 마실게 충분히 있는지 - 잔들도 채워주고, 피자도 굽고, 사실 정신 없었습니다. 제 배우자도 마찬가지였던듯.
1년 6개월된 아이가 있는 Paul & Christine이 8시쯤 떠나고, 그 다음 아이들을 집에 두고온 Sarah가 Lee를 남겨두고 떠나고, 두 아이가 잘 시간이 되어서 Natalie가 아이들이랑 떠나고, 9시 반쯤 되어서 맥주가 떨어지자 양조장 운영하는 Lee도 집으로 돌아가고,,, 그제야 저는 자리에 앉아서 새 이웃인 Nathan이랑 제대로 이야길 해봤네요.
저랑 비슷한 나이인데 - IT쪽 - Payment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원래 브리즈번 출생인데 - 영국과 스웨덴에서 일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시드니에서도 몇 년간 살다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브리즈번으로 돌아왔답니다. 영어 단어중에 articulate 라는 단어가 있는데 - Nathan을 두고 하는 말 같더군요. 캠브리지 사전에서 뜻을 찾으니 이렇게 나옵니다: <able to express thoughts and feelings easily and clearly, or showing this quality>. 암튼 Nathan이랑 즐거운 대화를 10시 반 정도까지 이어가다가, Nathan도 매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젯 밤에 Nathan이 귀가하기 전에 제 배우자가 먼저 잠들어버려서 - 오늘 아침에야 - 어제의 모임에 대해 이야길 나눠봤는데 - 다행히도 배우자도 저도 모두들 좋은 시간을 가졌던거 같다고.... 의견이 일치가 되더라고요. ㅎㅎㅎ 덕분에 저도 이런저런 소식들도 듣고, 이웃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있는지 조금이나마 알게되어서 좋았답니다.
그리고 오늘... 저희가 잠깐 장보러 나간 사이에 Nathan이 이렇게 꽃화분이랑 고맙다는 카드를 보내왔네요.
새로운 이웃들을 소개해주어 고맙다며 말이죠.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정말 다행이고, 뿌듯하네요. 다음 번엔... 다른 이웃 집에서 초대받을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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