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 이름이 Gardenia인건 알고 있었는데, 이게 한국어로 치자나무 라는건 오늘 google translate 덕분에 알았다. 이민 생활 8년차 - 요즘은 영어로는 아는데 한국어로는 모르는 혹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그런 단어들도 왕왕 있다...
Gardenia - Wikipedia 설명에 따르면 한국 (전라남도~제주도), 중국 남쪽, 대만, 베트남, 미얀마, 인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자라는 사계절 초록색인 (=evergreen) 꽃나무다. 치자나무 꽃은 향기가 정말로 좋은데 나무 자체는 관상수로, 꽃은 향료용으로 열매는 염료 또는 해열과 진통용의 약용으로 쓰인단다.
호주의 많은 nursery에 가면 치자나무 묘목을 파는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대로 두면 2m까지 클 수 있다는데 - 보통은 가지치기를 해서 1m 남짓한 높이로 관리하는 것 같다. 집 둘레에 치자나무를 빙 둘러서 심으면 바로 아래 사진처럼 사계절 초록색 잎이 있으므로 어여쁜 헤지(hedge) 가 되고... 꽃이 필 때 그 향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는건 덤이다.
우리 집에도 치자나무꽃이 앞마당을 향한 면에 듬성듬성 심겨져 있다. 처음 이사오고 얼마되지 않아 치자나무 꽃이 폈을 때 (그때는 gardenia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 이 예쁜 꽃이 마당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주 신이 났었다. 나보다 후각이 예민한 배우자는 뭔가 좋은 향기가 난다며... 향기를 찾아 깜깜한 밤에 마당을 서성이곤 했었다.
이렇게 신나고 소중한 것이 있으면 잘 돌봐주어야하는데... 나는 (가끔 일구는) 텃밭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배우자는 자기가 직접 땅 파서 심은 50 그루가 넘는 머라야 헤지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집 담벼락에 있는 지차나무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지난 해에 치자나무 잎에 밝은 갈색~노란색 점들이 가끔 보이다가 어느날 부터는 검은색 가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그때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그루에만 있던 그 검은색 가루들이 점차 다른 치자나무들로 퍼지기 시작했고, 이제 5 그루의 치자나무 중에 1 그루는 검은색 가루로 뒤덮였고, 다른 4 그루에서도 꽤 많은 잎들에서 검은색 가루가 보였다.
오늘에서야... 이게 뭔지 확인을 해서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생불가능 한 것이면 이 나무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일단 내가 페이스북 그룹 Gardening Australia (ABC Gardening Australia와는 별개임) 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호주에 사는데 - 가드닝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여기 가입하는걸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사진을 찍어서 이게 뭐냐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올렸더니 즉각 답이 달리기 시작한다.
"sooty mould possibly from scale"
"Mine is too. I think it might be a type of fungal growth on the leaves, you could spray it with Yates liquid copper."
"Sooty mould get anti fungicide and spray"
"Spray with white oil. Can make your own.. 1 cup veg oil, 1/4 cup dishwashing liquid. Give it a good shake, it will turn white. That's white oil concentrate. Dilute 1 tbls oil to one litre of water and spray leaves. both side. In a day or so you will see it start to peel off."
"Just wipe it off and treat it for pest insects. Eco Oil is pretty good. Black Sooty Mould is a secondary issue caused by insects that exude honeydew. This in turn provides the right conditions for the mould to grow. Treat the pest and you remove the source of the problem."
다들 일관되게 재(ash)를 뿌려놓은 것처럼 보인다는 sooty mould (=그으름 곰팡이 혹은 잿빛 곰팡이) 라고 하니 그건가보다. 곰팡이라니 곰팡이 죽이는 약(=fungicide)를 써야하나 싶었는데 - 누군가가 copper (구리)액을 뿌려주면 된단다. 예전에 파파야 나무가 있을 때 파파야가 곰팡이균에 감염될까봐 뿌려주려고 구리가루를 사놓은게 있는데... 그게 퍼뜩 생각이 났다. 곰팡이 죽이는 용도로는 집에 많이 남아있는 구리 가루를 물에 타서 나뭇잎에 골고루 뿌려주면 되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끝인가? 아니다. 이 곰팡이균에 대해서 위에서 누군가 댓글에서도 언급했고, 내가 추가로 찾아본 바로도 그렇고.... 이 그르음 곰팡이를 야기하는 1차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반드시 1차 원인을 제거해야지만 이 그으름 곰팡이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르음 곰팡이를 야기하는건 - 보통은 어린 가지들의 즙을 빨아먹는 aphids (=진딧물) , scale (=개각충), whitefly (흰파리?), mealybugs(깍지벌레?) and mites 가 번식할 때다. 이 해충들은 어린 가지들의 즙을 빨아먹고 나서는 잎사귀에다가 달콤한 즙 (honeydew) 을 방출해놓는데 -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 거기에 곰팡이 균이 자라게 되어 그르음 곰팡이에 감염이 되는거다. 그렇다고 곰팡이가 치자나무를 직접적으로 죽게하는간 아니다...
아쨌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겠다 싶었는데 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누군가 scale (=개각충?) 을 언급했기에 치자나무를 샅샅이 다시 살펴봤다.
Scale 은 많이 들어보기는 했는데 - 이번엔 개각충이 어떻게 생겼나 미리 사진으로 찾아보고 치자나무들을 살펴봤더니, 딱.... 잡혔다. 보통은 밝은 갈색이 나는 타원형 모양이고, 이게 뭔지? 살아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동그란 혹은 타원형 모양의 납작한 애들이 scale 즉 개각충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위의 예시 사진에 보듯이... 어린 잎과 가지에 노란색 모양의 울퉁불퉁한 것들이 붙어있는걸 볼 수 있는데 - 저게 개각충이다. 치자나무 모든 가지에 여기저기 붙어있다.. ㅠㅠ
혹시 자세한 사진을 원하는 분이 있을까봐 구글에서 예시 사진도 가져왔다.
아름다운 치자나무 꽃을 개각충 따위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 개각충 (scale)과의 전쟁선포!!
개각충의 천적은 무당벌레인데... 갑자기 어디서 무당벌레를 대량으로 데려올수도 없고... 특히나 개각충이나 진딧물이 보이면, 보통은 달콤한 액기스를 먹으려고 이런 해충을 전파(farming)시키고 다니는 개미들이 보이는데, 무당벌레는 보통 개미한테 진다..
그럼 나는 화학무기를 써야지.
화학무기는 바로 White Oil 되겠다. White oil은 집에서 직접 제조가 가능하다. 제조법은 매우 간단하다.
진딧물 및 개각충 (scale) 퇴치를 위한 White Oil 제조법:
빈 병에다가 식용유나 카놀라유든 올리브유든 뭐든 식물성 오일 1컵 (250 ml) + 주방세제 1/4 컵 (약 60ml)를 넣고 잘 흔들어준다. 그럼 흰색이 됨. 요게 White Oil.
White Oil 도포법
날씨가 적당히 따스한 날 (35도 넘게 뜨거우면 절대 안됨) 스프레이 통에다가 물 1L에 위의 white oil 20~25 ml를 희석 (약 1:40)해서 나뭇잎과 가지에 골고루 뿌려준다. 반드시 나뭇잎 뒷면에도 도포해야함. 일주일에 2번씩 최소 2주 이상 혹은 해충이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반복한다.
단 - 비가 오거나 (씻겨내려가므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도포액이 다른데로 날아가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도포액을 더 많이 써야하므로), 직사광선이 강한 날 (오일때문에 잎사귀가 타거나 화상을 입을 염려가 있음)은 피할 것.
White Oil의 원리
White oil은 진딧물 & 개각충(scale)에 얇은 막을 형성하는데 이로 인해 진딧물 혹은 개각충은 호흡곤란으로 죽게 된다. 더불어 white oil은 개각충 및 진딧물의 왁스로 된 껍질을 연약하게 만든다.
그 외 개각충 및 진딧물 퇴치법
병충해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 해당 부위만 잘라서 쓰레기봉지에 담아서 버리는 방법... 혹은 보이는 scale만 날가로운 걸로 긁어내는 방법이 있다.
내 치자나무처럼 병충해 감염이 광범위 할때는 집에서 white oil을 만들어서 도포하거나, Neem oil (neem tree 나무 씨앗에서 추출된 오일로 Azadirachtin 이라는 성분이 살충효과를 가지고 있음)이나 Eco oil (카놀라유, 유칼립투스 오일, 메라루카 오일, 및 계면활성제가 들어있음, 위에서 언급한 white oil 과 같음)과 같은 시판 스프레이를 사서 뿌리는 방법도 있다.
오늘은 비가 와서 white oil을 뿌려주지는 못했지만... 오늘 만들어둔 white oil에다가 그으름 곰팡이 퇴치를 위한 구리 가루까지 섞어서 한 동안 주기적으로 도포해주어야겠다.
치자나무도 꽃 피우려면 영양분이 필요할텐데... 이제 막 꽃이 피려는 시점인 만큼 소똥이랑 팔렛형으로 된 닭똥을 몇 푸대 더 사다가 땅에다 골고루 섞어주고, 나무칩을 사다가 멀칭도 새로 해주어야겠다. 치자나무에 물주기가 부족해지면 병충해에 걸리기 쉽다니, 물도 제때제때 줘야겠다.
그리고 오늘 알게된 또다른 사실은 - 치자나무 꽃은 한 종류만 있는게 아니라 위에 사진 (출처: Learn How to Grow and Care Gardenia) 뿐 아니라 그 종류가 무진장 많다.
치자나무야 - 그 동안 소홀히 대해서 미안해. 내가 꼭 스케일이랑 곰팡이 균을 모두 박멸할테니 이번 시즌에도 아름다운 꽃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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