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엔 돈(?)을 좀 들여서 거름을 퐉퐉 넣어서 가든베드 흙을 새로 준비해서 작물을 심었습니다. 생각해보니 raised garden bed 만들기 시작할 때 사진만 올리고 가든 베드가 완성된 사진은 아직 안보여드렸네요. 가든베드 만들기 시작할때 포스팅은 여기 있습니다.
2020/10/05 -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정원 그리고 텃밭] -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텃밭
완성된 현재 상태는 조만간 보여드리겠습니다. ㅋㅋ
이번 해에 텃밭에 야심차게 처음으로 심은게 있으니 바로 주키니 (Zucchini) 되겠습니다. 한국어로 하자면 애호박인데, 호주 애호박은 한국꺼랑은 비슷하면서 약간 다른거 같습니다. 한국꺼보다는 수분이 적고,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조금 단단하고 (그래봤자 요리하면 아주 물러집니다) 애호박 안에 씨도 작게 생기는거 같아요.
한국에선 애호박은 - 애호박전이나 된장찌게에 들어간 애호박이나, 전라도에 갔을 때 애호박찌개 정도로 먹어본게 다였습니다. 그러다가 브리즈번에 이사오고 본격적으로 애호박을 먹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아침식사로 가끔 애호박이랑 당근을 갈아서 계란+치즈 넣고 오븐에 구워먹는게 시작이었고요 (어떻게 보면 부침개죠 - 레시피는 아래 포스팅에 있습니다)
2018/12/23 -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요리 와인] - 달걀 애호박 구이 - 아침대용 혹은 영양만점 간식
그렇게 애호박을 자꾸 사다보니 애호박이 많아서 어느 날은 스테이크 구워먹을 때 애호박을 얇게 썰어서 그릴에 같이 구웠더니 너무 맛있는겁니다. 양념 이런거 안해도 되고 세로로 길게 쭉쭉 썰어서 그릴에 얹고 소금후추 뿌려주면 끝이에요. 완전 간단한데 요렇게 고기 구울때 같이 구워먹으면 정말 너~~~~~무 맛있습니다.
어느 날은 애호박을 강판에 갈아서 크림치즈랑 섞어서 스파게티 면으로 파스타를 해먹었는데 - 그것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주키니 누들이라고 해서 파스타 대신 주키니를 길게 뽑아서 사용하기도 한다는건 다들 알고 계시죠?
아무튼 그리하여... 이번 해에는 주키니를 많이 먹어보겠다고 심지어 마당에 심지 않았겠습니까. 어디서 들은 바에 의하면 호박 종류는 항상 배고픈... 그래서 거름을 많이 줘야하는 작물이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옆으로 쭉쭉 뻗으며 자라기때문에 텃밭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더라고요. 그래서 한 개만 심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버닝스나 널서리에 모종 파는걸 보면 같은 값에 6개씩 들어있는 것도 있는데, 한개만 심을꺼니까, 모종도 똑같은 값인데 딱 1개만 들어있는걸로 사왔습니다. 모종 1개가 모종 6개 값이랑 맞먹으니 좀 더 튼실하다던가 뭔가 비싼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말입니다. 같은 값에 6개 들어있는 모종을 사오게 되면 어차피 심을 자리가 없어서 그냥 버리거나, 처음엔 다 심었다가 나중에 공간이 부족해져서 뽑아야 하거든요.
버닝스에서 사와서 2020년 10월 6일에 심은 저의 첫번째 주키니 모종 되겠습니다!! 주키니는 땅이 따뜻해지면 심으라던데 브리즈번은 9월 첫주만 되도 땅이 따뜻해지기때문에 (아니 일년 내내 땅이 따뜻하기때문에) 그때쯤 모종을 심었어도 되었을꺼 같아요.
이렇게 심을 때는 과연 언제 이게 커서 애호박을 따려나... 애호박이 맺히기는 하려나... 싶었습니다. 애호박 한두개 따고 끝나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똥을 퐉퐉 뿌려서 섞어놓은 흙 덕분인지... 애호박 잎들이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더니 11월 2일에 이렇게 꽃이 피지않았겠습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저기 위에 사진은 두번째 꽃이에요. 첫번째 꽃은 숫꽃이 폈고 제가 사진을 안찍었더라고요.
이번에 애호박 꽃이 피길 기다리면서 이래저래 읽어보니까 애호박은 암꽃과 숫꽃이 따로 피고 - 보통은 숫꽃이 먼저 핀다는군요. 숫꽃이 먼저 펴있어야지 나중에 암꽃이 피면 숫꽃에 있는 꽃가루가 암꽃에 날라가서 (혹은 운반되서) 수분 (pollinating) 시킬 수 있기때문이라네요.
애호박 암꽃 숫꽃이 따로 피는건 초보 농부 저한테 뭘 의미하는가? 암꽃과 숫꽃이 따로 피기때문에 애호박을 얻으려면 반드시 수분이 되도록 해줘야한다는군요. 보통 곤충이나 바람이 자연적으로 꽃가루를 옮겨주겠지만 가끔 그런 수정 활동이 잘 안되서 주키니가 안열리거나 몇 개 안열렸다는 그런 글이 있더라고요? 저는 주키니가 딱 하나 밖에 없기때문에.... 100% 주키니가 열리게 하기 위해서 직접 수분을 시켜주기로 했습니다.
애호박 주키니 수정시키기
직접 수분을 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암꽃과 숫꽃 구분을 해야하죠. 아래 사진은 주키니 숫꽃 사진입니다. 숯꽃은 가운데 심이 하나만 있고요. 꽃가루가 많이 보입니다. 개미랑 곤충도 벌떼처럼 날라듭니다. 암꽃은 (사진은 없는데) 꽃 심을 보면 볼록볼록하고 평평하게 생겼고 꽃가루가 별로 없습니다. 숫꽃 보고 나서 암꽃 보면 바로 구분 됩니다.
보통 수정을 위해서는 주방용 브러쉬나 면봉을 이용한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무식하게 그냥 숫꽃을 꺽어다가 꽃잎 다 떼고 암꽃 위에 살짝 문질러줬습니다. 꽃가루 100% 흩뿌려주었으니 미션 완료.
아참.... 참고로 애호박 꽃들은 딱 한번만 활짝 피고요, 주로 아침에 활짝 폈다가 한낮이 되면 아래 사진처럼 닫힙니다. 그래서 수정을 시켜주려면 아침에 해줘야합니다.
암꽃과 숫꽃을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 아래 사진에 보면 노란색 두꺼운 가지 위에 달린 꽃이랑 초록색 가느다란 가지에 달린 꽃이 있죠? 즉 암꽃은 굵은 꽃대 (나중에 주키니가 됨) 위에 꽃이 피고, 숫꽃은 꽃가루 날리고 꽃이 뚝 떨어질꺼라 가느다란 가지에 꽃이 핀답니다. 저는 노란색 황금 주키니라 이렇게 확연히 구분되는 노란색 꽃대(?)가 올라온거 같고... 초록색 보통 주키니라면 꽃대 두께로 구분하면 되지 않을까요?
꽤나 잘 한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늦봄부터 여름까지 주키니 플라워 (Stuffed zucchini flower)라는 메뉴를 간혹 볼 수 있는데요... 이 메뉴가 보이면 꼭 시켜서 드세요. 요 주키니 꽃들을 따다가 리코타 치즈같은걸로 속을 채워서 기름에 튀긴 요린데....... 진짜로 맛있습니다. 제가 집에서 튀기는거 이런거 번거로워서 웬만하면 안하는 사람인데... 주키니 꽃 피기시작하면서 stuffed zucchini flower를 집에서 만들어볼까 살짝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간혹 - 정작 필요할 때 숫꽃이 없어서 암꽃 수정을 못시켰다(?) 뭐 이런 말들도 있더라고요. 텃밭 고수님들 말씀으로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숫꽃을 하나쯤은 만일에 대비해서 냉장실에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쓰라는군요.
애호박 주키니 수확은 언제?
저는 주키니는 다 초록색인줄 알고 있었던 터라.... 제 주키니들이 초록색이 되면 수확할 요량으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미 꽤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초록색이 될 기미는 전혀 안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언제 수확을 해야하는건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주키니는 너무 오래 두면 딱딱해지고, 씨 있는 부분이 질겨져서 맛이 없으니 적당한 크기가 되면 얼렁얼렁 수확을 하라고 하네요. 그래야 주키니가 계속 열릴 수 있답니다.
그리하여 검색을 조금 더 하다가... 제 주키니는 Golden Zucchini 라는 원래 노란색인 품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ㅍㅎㅎ
일단은 제일 왼쪽 아래에 있는 첫번째로 열린 주키니랑, 그 다음 가장 오른쪽에 하늘을 향해 쑥 솟아있는 주키니 - 요렇게 2개를 수확해 봤습니다. 주키니를 수확할 때는 손으로 꺽듯이 따면 주키니 가지에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정원용 가위를 이용해서 매끈하게 잘라서 수확하세요.
위 사진에서 암꽃 (굵은 꽃대)과 숫꽃(가느다란 꽃대)이 좀 잘 구분 되나요? 저는 이때껏 애호박도 오이처럼 뻗어나가는 가지에 주렁주렁 열리는건줄 알았는데 - 위에 사진처럼 촘촘하게 애호박이 달립니다. 한달쯤 후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지네요.
참.... 호주에서 호박이나 애호박 키우고자 마음먹으시고... 호박잎을 얻어보겠다(?) 하시는 분 계신데요... 저도 지난 해에 그랬었습니다만... 호박 품종이 달라서 너무 억세서 드시지 못하실테니....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저의 첫번째 주키니 애호박 수확 완료했습니다. Golden Zucchini 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노랗죠?? 첫 수확이라 일단 크기가 제일 큰거랑, 혹시 너무 억세면 어쩌지 싶어서 그 다음 크기인 좀 작은 놈으로 2개를 수확했습니다. 슈퍼에서 파는 것들보다 훨씬 크죠?
어제 스테이크 구울 때 위에 큰 애호박 1개만 세로로 길죽하고 얇게 썰어서 소금 후추 뿌려서 그릴에 같이 구워서 먹었는데 아주 부드럽고 미묘한 단맛이 났습니다. 애호박은 일찍 수확하면 좀 더 섬세한 맛이 난다던데 - 크기가 좀 작은 놈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직접 길러서 수확한 애호박을 먹으니 텃밭 일구는 보람이 있네요. 앞으로도 물도 꼬박꼬박 잘 주고, 더운 날은 씨위드 엑기스도 주고, 거름도 주고.... 사랑으로 돌봐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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