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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2021년 1월 21일

by 반짝이는강 202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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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끄적여보고 싶은 일요일 밤.  

 

브리즈번은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고 긴급히 금요일 새벽에 발표를 하더니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일단 3일간 lockdown에 들어갔다.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생필품을 사러가거나, 가까운 곳에 운동 (산책 정도)을 가는 정도의 외출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전 lockdown이랑 차이가 있다면 - 외출시에는 꼭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점. 심지어 내 차를 내가 운전할때 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한단다. 퀸즐랜드 주지사의 이런 공표가 있은 후에 아직 집밖에 나가보기 전이라 실감나지는 않지만, 요즘 같은 현실은 참... 믿기지가 않는다.  


지난 해 3-4월에 처음 lockdown에 들어갔을 때 사재기 광풍을 한 번 거치고서는, 퀸즐랜드는 주의 경계가 계속 닫혀있었기에, 새로운 환자도 거의 없었고, 그래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본다면, 비록 social distancing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다할 제약이 거의 없는 상태가 이어져 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좀 전에 주 경계가 열렸고, 그 후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났기에 코로나 신규 확진자들이 나올꺼라고 물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다시 이전의 panic buying을 하고 있었다. 

 

금요일 아침부터 슈퍼마켓에 난리가 났다고 동네 페이스북 그룹에 실시간 상황이 사진으로 올라왔다. 오후가 되면서 신선 식품류는 거의 동이 났다고 했다. 다행히 배우자가 오후에 부랴부랴 코스트코로 장을 보러 다녀온 덕분에, 주말을 보낼 식재료들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배우자는 육류로 돼지고기 다리 한 개를 건져왔다. 닭고기는 이미 다 떨어졌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아마 양다리 (Lamb shank) 랑 와규 스테이크도 남아있었지 않을까 싶은데 - 양다리는 내가 별로 안좋아하고, 와규 스테이크는 비싸니깐. 흠. 

배우자가 사온 돼지고기는 무려 6kg이나 되는 돼지다리 덩어리였다. 자기도 - 이렇게 큰 고깃덩어리를 평생 처음 사본다며....  그리하여 토요일 오후 내내 이 큰 아이를 오븐에 구웠다. 

돼지다리 6kg 오븐에 굽기

돼지고기를 오븐에 잘 구우면 바삭한 껍질 (crackling)이 맛있는데 - 정말 바삭바삭하게 잘 구워졌다. 어제 저녁은 오븐에서 나온대로 썰어서, 오븐에 구운 감자랑 먹고, 오늘 점심 때는 겨자소스를 발라서 샌드위치로 먹고, 저녁 때는 얇게 썰어서 야채랑 같이 볶아서 볶음면을 해서 먹었다. 내일은........어떻게 먹어야하지? 볶음밥? 챠슈라멘....?

 

이웃 집 Paul네 집은 집 앞쪽으로 땅에 급격한 경사가 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경사진 자기네 땅을 계단식으로나마 평평하게 직접 일궈보겠다고 Paul은 지난 해에 아예 샌드스톤을 대량으로 구매할 때 소형 포크레인을 샀다. 사람을 불러서 하려면 중장비 대여료에다가 인건비까지 내야하는데, 자기가 직접 하면 인건비가 절약되고, 중장비는 한번 샀다가 자기가 할 일이 끝나면 중고로 되팔더라도, 시세가 거의 떨어지지 않기때문에 이게 더 이익이라고 했다.

이건 아마 Paul이 리오틴토에 다니는 마이닝 엔지니어니까 - 이런 중장비를 다뤄본 경험이 있고, 코로나 때문에 일주일에 3일만 일하는걸로 근무시간을 줄였기 때문에 매일같이 이 중장비를 이용할 수 있어서 이리라. 

포크레인을 끌고 와서 마당에 땅파주는 Paul

우리집에서 오른쪽으로는 이웃집 물탱크랑 이웃집의 닭장 지붕이 보이는데, 배우자는 그게 항상 눈엣가시라며 - 머라야 나무 약 60여 그루를 심었지만, 자라는 속도가 시원치않아서인지, 그 앞에다가 나무랑 꽃들을 한 겹 더 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머라야 60그루를 직접 심었기때문에, 땅파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배우자는 - 토요일 오후에 한창 포크레인으로 작업 중이던 이웃집 Paul 한테 가서 우리집에 와서 땅을 좀 파달라고 부탁을 했다. 

착한 Paul은 기꺼이 우리집으로 포크레인을 끌고 와서 약 20분만에 20~30m의 땅을 뒤집어 엎어주었다. 

 

포크레인 대여해서 직접했으면 포크레인 대여비만 하루에 $500 이상인지라, 배우자에게 뭔가 고맙단 인사를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으니 - 자기가 맥주 한 박스 사다가 주겠다고 한다. 이런..........대체 언제 할라고.....?? 아무리 그래도 고맙단 인사는 빨리하는게 좋을꺼 같아서, 마침 집에 있던 펜폴즈 레드와인 한 병을 부라부랴 보냈다. 

그나저나 배우자는 대체 언제 나무를 심을런지.... 대체 무슨 나무를 심을지 두고볼 일이다. 

 

한국은 최근에 눈도 왔고, 많이 추운가보다. 엄마는 구스다운 이불 잘 덮고계신가....? 겨울되기 전에 겨울용 구스다운 이불 사드려서 다행이다. 다음은 김치냉장고 교체해 드려야 한다. + . + 

눈이 온 김에 의욕넘치는 아빠를 둔 조카는 플라스틱통에 앉혀져서 아파트 단지에서 생애 첫 눈썰매를 탔단다. 표정보면... 춥고 별로 안하고 싶어하는거 같은데 - 제부는 엄청 신나했을 것으로 추정. 

처음으로 눈썰매 타는 조카

 

연말을 보낼 때 브리즈번의 투웡 빌리지  (Toowong Village) 안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한글로 된 소설책을 빌려왔었다. 참고로 현재 투웡 도서관에서 한국어 도서를 시험삼아 구비해 두고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국어 도서가 상설로 있게 될꺼 같아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투웡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여하고, 도서관 사서에게도 일부러 인사를 하고, 한국어 도서가 있어서 너무나 좋다고 이야길 하고 왔었다. 대여해 왔던 책 중에 하나가 이거다. 

브리즈번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 미미일소흔경성

 

제목이 <미미일소흔경성> -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도 안갔지만,  100~150권쯤 되는 책 중에서 유아 & 어린이용 책 빼고, 이런저런 관심없는 책들 빼고 골라오다보니 이 책이 손에 잡힌거 였다. 한글로 된 소설책인데, 실은 중국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중국소설은....삼국지 말고는 처음 읽어보는듯? 

 

딱히 꼭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건 아닌데 -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고나니 금방 몰입이 되었다. 책 읽겠다고 새벽 3~4시까지 깨어있었던게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단숨에 읽히는 연애소설인데, 십대를 온라인 세계에서 보낸 나에게는, 매우 친근감있게 다가왔고, 스토리도 매우 탄탄했다. 역시나.... 그렇게 느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이거 이미 넷플릭스에 LOVE O2O 라는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다고 나온다. YES24에 소개되어있는 문구도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밀리언셀러다. 휴가때 별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에 안성맞춤인 책.

www.netflix.com/au/title/81005091

 

Love O2O | Netflix

When a computer-science major gets dumped by her “husband” in an online role-playing game, she attracts a new proposal from the game’s top player.

www.netflix.com

 

어젯밤엔 소파에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가 한밤중이 다되서 깼다. 잠이 안와서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넘기다가 www.universewithme.com 라는 여행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시작해서 전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중이고, 8년에 걸친 대장정이 곧 끝 날 예정이라고 했다. 흔히 보이는 자기 과시용 블로그가 아니라, 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더러는 살기도 하며 (가령 호주)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쓴 담담한 글들이 아주 매력적이고 신선했다. 

 

- Cycling Around The World

It is Travel Blog that has journals, travel resources, cycle resources, travel tips, travel guides, travel gear reviews, and many other information about traveling.

www.universewithme.com

그 분의 글도 글이었지만, 그 분의 여행기를 몇 년째 읽으며 팔로윙 하는 분들의 댓글들이 더욱 눈에 띄었는데 - 그 중에 한 분은 자기도 세계를 여행할 꿈을 꾸었는데, 직장을 갖게 되고, 결혼을 하면서 그 꿈은 점차 흐지부지해지고 있다고 했다. 뭔가... 설명하기 힘든데 마음에 콕 박힌다고 해야할까? 

 

대학교 1학년 때 - 걸어서 하는 국토대장정에 참여했었더랬다. 친구가 하자고 했던 것도 아니고, 친구랑 같이 한 것도 아니고 - 혼자 자원해서 400명의 다른 대학생들과 전남 어디에서 시작해서 임진각까지 17박 18일인가를 땡볕 아래 걸었더랬다. 그땐 왜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지만... 지금은 돈 준다고 해도 웬만해서는 안할꺼 같다. 정말 그 나이에만 그 나이 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20대에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하는 것마다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요즘은 세상에 잘난 사람이 정말 많다는걸 실감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리고 문득문득 이 모든 것이 다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 아이러니하게도 배우자에게 조금 너그러워질 수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전세계에 양극화를 가속화 하고 있다. 돈이 돈을 낳는 꼴이라... 자산이 있는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되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끝이 없이 추락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리고 걱정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걱정이 되고, 나의 노후가 걱정이 되어서, 주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절세를 위해서 투자용 주택을 사야하는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한다. 

한편으로는 - 곧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동생이 - 몇 일 전 전화통화에서, 좀 더 큰 집으로 이사가고 싶은데, 한국에, 심지어 소도시도 집값이 너무 올라서 엄두가 안난다고 했다. 동생이 그 말을 하기 전에 - 동생의 직장이 문을 닫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터라... 아무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이럴 땐 나도 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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