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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모든 것들

안녕...

by 반짝이는강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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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친구 하나한테서 6명이 있는 단톡방을 통해 연락이 왔다. 나중에 언젠가 알게될테니 지금 말해두는거라고…


우리는 각 학년이 6반까지만 있는 비교적 아담한(?) 남여공학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3년을 지나는 동안 옆 반이 되기도 하고, 짝이 되기도, 옆자리나 앞뒤로 섞여 앉기도 했다. 1학년때 두 반씩 합쳐서 배운 포크댄스는 체육대회 때만 되면 전 학년이 같이 섞여 추고는 했다.

고교 2학년때부터는 문과/이과가 나뉘면서 문과 2반, 이과 4반으로 갈렸다.  고등학교 2학년 & 3학년때 이과에서 이래저래 겹친 우리들 중에 일부는 서울로 대학을 가고 직장생활도 자연히 서울에서 시작하게 되면서 띄엄띄엄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지낸다.

한국에 갈 때마다 이 친구들을 만나고 오는데…모두 제각각 다른 분야에 있기에 서로가 하는 일도 잘 모르고, 기껏해야 누가 결혼 할 때 혹은 내가 한국에 가서 만나자며 호출 할 때나 보는 사이이지만 - 서로 열심히 까대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언제나 매우 편하고 즐거운 그런 친구들이다.

B는 워낙에 활달한 성격에 마당발이라,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들 무리는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전교생이 그를 알 정도였고, 우리와도 자주 만났었고, 그 이외 다른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B를 자주 만나곤 했다. 

B랑 나는 1학년 때는 옆 반 - 2&3학년 때는 같은 반이었다. 고교 2학년 때 B가 반장을, 나는 부반장을 했었고, 고교 3학년때는 학생회에서 B는 체육부장(?) 같은 타이틀을 달았고, 나도 기억 안나는 뭔가(?)를 담당 했었다. 우리는 겹치는 것들이 꽤 많았고, 고교때 같이 술도 좀 같이 마셨고, 고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추석이나 설처럼 모두들 고향 도시에 갈 때는, 고교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에서 만나고는 했었다. 기회가 많았음에도 B와 나는 그닥 친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반장 부반장을 하던 시절에 -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떠들던 B에게 반장이 그렇게 떠들면 되겠느냐... 라는 쪽지를 보낸적도 있고, 전교1등 다투던 녀석을 B가 사사건건 놀려대는 것에 대해서도 꽤나 못마땅해했었는데... 그의 행동에 아마 태클을 걸던 이는 내가 유일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몰랐는데, B는 공부 잘하는 부반장인 내가 툭 하고 무심코 얄밉게 던졌을 말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우리가 30대 중반 언제쯤 만났을 때 무심코 툭 하고 풀어낸적이 있다. 말은 안했지만 B 입장에서는 당시 내가 참 얄미웠을지도. 
어쨌거나 유년의 많은 시간이 겹친 만큼, 나는 B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아무 꺼리낌없이 믿을 수 있고, 굳이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조금은 든든하다고 해야할까? 
 
B는 고등학교가 있는 도시에서 대학을 갔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워낙에 말주변이 좋아서 술집을 차리기도 했었고, 또 얼마가 지나서는 역삼역에 사무실이 있는 보험회사에서 보험 설계사로 일하기도 했었다. B가 역삼역 근처에서 일 할때는 내가 근무하던 곳에서 가까워 점심을 같이 하기도 했었다. 자존심 강한 B는 나한테 보험은 팔려고 시도도 안했었고, 눈치없고 매정한 나는 보험하나 안들어줄 생각도 못해봤었다.
언젠가 한 번 B와 역삼역 스타타워에서 점심을 먹으러 만나서 이동을 하는 중에, 내가 다니던 회사의 높은 분과 마주쳐서 인사를 드린적이 있는데, 옆에 있던 B는 짖꿎은 농담으로 자기를 나의 불륜남(?)이라고 나의 상사에게 소개하기도 한적도 있다. ㅎㅎㅎ

B는 얼마간 보험 설계사를 하다가… 그 후 고향 도시로 돌아갔고, 아버지 일을 돕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B는 훤칠한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가 건강미가 넘쳐보이고, 잘생긴 편이었고, 운동도 잘 하고, 말재주도 매우 뛰어났다. 이성으로 느껴본적은 없지만 B랑 둘이 만나기엔 뭔가 애매한거 같아서 최근에 한국에 갔을 때는 딱히 만날 생각은 못해봤지만, 가끔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해 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그런 B가 죽.었.다. 라고 했다.

소식을 전해준 친구에게 이게 무슨 말이냐고 전화를 하니 그도 부고만 전해들은 상태라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B가 자살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그의 활짝 웃는 얼굴과 걸걸한 목소리.
특유의 걸음걸이나 사정없이 친구들을 놀려대던 익살스러움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강한 집념이 있고, 자존심이 센 B.
무엇이 그를 자살로 몰아갔을까…
그런 극단의 선택을 하기까지 그간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이제는 편히 쉬기를…

우리가 항상 기억하고 있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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