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주라 - 브리즈번은 봄의 기운이 뿜뿜 느껴진다.
몇 일 전에 오후 3-4시경에 업무 중 잠깐 휴식으로 배우자랑 우리집 street 끝까지 걸어오자며 5분쯤 나갔다 돌아오는데 언제 온건지 커다란 뱀 (카펫 파이썬으로 독은 없음) 한마리가 차고 앞에서 햇빛을 쬐이고 있었다.

그 날 저녁에는 저녁 먹은 것 뒷정리를 하고 쓰레기봉지를 바깥에 내놓으려고 나가다 오랫만에 겨울동안 안보이던 cane tod (일종의 독두꺼비)가 뒷문을 열자마자 떡 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살짝 놀랐던...
브리즈번에 산지 7년째인지라 뱀도, 두꺼비도 사슴도, 왈리비도 이제는 익숙하기도 하다.
배우자는 월요일에 CT를 찍고 왔고, 목요일에 전화를 통한 원격진료로 결과를 전해들었다. 8월 들어 업무가 너무 바쁘기도 했고, 렌비마를 휴약하는 동안 배우자의 기력이 좋아지기도 해서 배우자한테 신경을 잘 못썼다. 보통 종양내과 의사와의 원격진료도 함께 전화통화를 하고는 했는데 - 이번에는 내가 회의중일 때라 배우자 혼자 결과를 먼저 듣고, 나는 나중에 전해들었다.
콩팥에 있는 암은 크기가 변화가 없는데, 가슴에 있는 림프절에 있는 암은 크기가 좀 커졌다고 했다. 렌비마를 한 달 쉬었던지라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배우자는 적잖이 충격받은듯 했다. Upset이 이럴때 쓰기에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한국어로는 모르겠다. 그래도... 걱정했던 골전이는 없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환자정보에 이메일 주소가 나의 회사이메일로 되어있는지라, 진료가 끝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원격진료비를 결제한 영수증이 회사 이메일로 날아왔다. 영수증만 있는게 아니라 방사선과 전문의가 작성한 CT 스캔 결과도 첨부되어있었다. 스캔 결과를 보니 - 완전히 없어진줄로만 알았던 폐에 3 mm의 작은 암이 하나 남아있다고 나온다. 그리고 기존의 림프절 옆에 작은 종양이 하나 더 생겼다고... 어깨 통증 관련해서는 어깨에 퇴행성 변화가 있고, 이전 영상과 비교했을 때 근손실이 있다고 코멘트를 달아놨다.
여기에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폐기종이다. 암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오랫동안 진행되어왔을꺼 같은데, 이번 CT에서 이에 대해 언급해 놓은 것은 상태가 악화되어서인지, 혹은 판독의가 달라서인지....잘 모르겠다. 그리고 전신마취의 후유증인 기흉이 관찰된다고 나왔다.
배우자의 신장기능이 저하되는게 염려가 되어 방광압 검사를 한건데 - 예상치 못하게 수술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암이 커지고, 기흉도 생긴거 같아서....마음이 편치가 않다.
금요일에 만난 I에게 이런 사정을 털어놨더니, 같은 업계에 있는 그녀는 "1년 후에는 너의 배우자가 네 곁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어?"라고 물어온다. 생각해본적 없는 질문에 갑자기 눈물이 옴팡 쏟아져나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헤어지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우리가 결혼하고 여전히 신혼일때 - 지금 너무 행복하다 - 라고 생각했던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 당시의 행복이 어느 날 없어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했던 것도 - 배우자가 없이 살 수 없을꺼 같다는 그런 걱정도....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으니 미리 걱정해본들...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게 최고이지 않나 싶다.
토요일인 어제는 해리스팜에서 Trout 를 사와서 마요네즈+dill 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일요일인 오늘은 탬보린 마운틴에 사는 배우자의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내일은 월요일. 월요일이 기다려지지 않은건 참 오랫만이다. 요즘 직장에서 조금은 새로운 일을 하느라 약간의 재미와 덩달아 스트레스가 많기는 하지만, 잘 이용해서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겠다. 아직 10년은 더 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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