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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호주 생활 적응기 - 직장생활

by 반짝이는강 2017.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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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정작 호주 생활에 대한 것은 좀 부족했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몇년 간 내가 느낀 호주의 직장생활에 대해 간단하게 나마 적어볼까 한다. 


이야기를 하려니 상대적으로 한국과 비교하게 될텐데, 먼저 나는 한국에서 나름 여성이 일하기 좋다고 손꼽히는 외국계 회사를 다녔었고, 여성이 절반이상이거나 대부분인 그런 부서 및 회사만 다녔다는 점 감안하고 읽으시기를 바란다. 

 



1. 출퇴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때는, 영업을 할때는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 할때도 있었지만, 나머지 직장생활 동안에는 지하철을 혹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다. 시드니에서는 대중교통이 그리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자주 다니지도 않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인지 주차난이 있는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로 출퇴근 하는게 아니면 절반 정도는 혹은 그 이상이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호주에서는 자가용이 없으면 일상생활의 제약이 심하기 때문에, 16세가 되면 부모님(?) 등을 옆에 앉히고 뒤에는 L (Learner) plate를 달고 운전을 시작해서 직장생활을 할 때쯤이면 대부분 면허도 있고, 자기 자가용 (첫 차는 대부분 중고를 사는 듯) 도 있다. 

나도 물론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요즘 회사 주차난이 심해져서, 늦게 가면 주차할 자리가 없다. 요즘은 주차난에다가 사무실 유지비용이 비싸고, 사람들이 유연근무제를 선호하는 이유도 있고, 기술발달도 있고 해서 많은 회사들에서 일주일에 한두번씩 혹은 full time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져 살거나 혹은 pick up 해야하는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은 재택근무 도입을 매우 반긴다.


내가 속해 있는 업계 및 부서가 자유로운 거기도 하겠지만, 꼭 정해진 시간에 근무해야하는 직업이 아니라면, 호주에서는 많은 회사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것 같다. 한국에서도 내가 마지막에 다니던 회사의 출퇴근은 7-10시 사이로 자유로웠었고 호주에서도 그렇다. 길막히는 정도로만 봤을때 많은 사람들은 8시-8시 30분 정도에 출근하는 것 같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7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10시쯤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호주의 법정 근무시간은 7.5 시간이다. 사람들은 lunch break (30분) 를 갖는 경우에는 약 8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 퇴근한다. 그래서 퇴근 시간은 보통 3시부터 시작해서 6시까지 이어진다. 보통 오후 6시 반이 지나면 도로 위의 러시아워는 끝이 나는 것 같다. 보통 5시 반이 넘으면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이 많이 혹은 거의(?) 없다. 

 

호주에서의 출퇴근 시간이 가족친화적이라고 느꼈던 것이 맞벌이를 하는 커플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때이다. 한 명은 아침에 아이들 밥먹이고 도시락 챙겨서 유치원이나 학교에 데려다 주고 좀 늦게 출근을 하는 동안 (이 경우 대부분 9-10시 사이에 출근한다) 다른 한명은 7시경에 출근을 해서 3시에 퇴근을 한 후 아이들을 픽업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완전한 50:50은 아닐수 있겠지만 육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회사는 아이가 있으면 이렇게 해야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2. 점심 도시락(?)

처음 호주에서 직장생활을 할때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주변 동료들과 회사 근처의 음식점으로 나가 점심을 먹고, 1시간 가량 수다를 떨며 점심 시간을 보내던 나로서는 호주의 점심 시간은 지금이야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엔 삭막하기도 했고 생소했다. 

일단 가장 큰 차이는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다! 건설업계(?)나 일부 업종에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다. 즉, 내가 배고플때 점심을 먹으면 되는거다. 그래서 7시에 출근한 이들은, 특히 아침에 헬스장도 다녀온 이들은 11시쯤 아침 겸 점심을 먹기도 하고, 나같은 배고픔을 잘 못느끼는 사람은 1시나 2시가 되어서 다 늦은 점심을 먹기도 한다. 어떤 이는 책상위에 앉아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하고, 따로 점심시간을 갖지 않기도 하고 (이런 경우엔 7.5 시간 일하고 퇴근한다) 어떤 경우에는 근처 공원에 가서 혼자 점심 휴식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가끔은 점심 시간에 조깅이나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큰 차이는 다들 점심 도시락을 싸온다는 것이다. 아침에 나 한 몸 챙겨서 나가기도 바쁜데 도시락까지... 싶어서 나는 처음에 적응이 잘 안되었었다. 다들 도시락으로 싸오는 음식을 보면, 샐러드, 어젯밤 남은 요리, 토스트, 혹은 통조림 한 캔 등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물론 회사 근처에 카페 같은 것들이 하나씩 있어서 간단한 점심거리를 살 수는 있겠지만, 무언가를 사러 카페에 간다는 것도 귀찮고, 그리 맛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적어도 내 입맛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서, 나중에는 나도 뭔가 집에서 싸가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짧고, 가끔은 그냥 혼자 점심을 먹기도 하므로, 한국에서처럼 점심시간에 동료와의 친근감이 싹트기는 어렵지만, 싸온 도시락을 먹는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혹은 건강상으로나 이점이 있다.   



3. 휴가

호주인들의 긴 휴가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호주에서 사람들이 휴가 가는 것을 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같은 다국적 회사안에 있다고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임금도 덜 받는데 너무 일에만 집중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호주의 직장에서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휴가는 연차 20일 + 병가 10일이다. 이걸 계산하는 방법은 뭐...따져보면 한국이랑 비슷하므로 차치하기로 한다. 다만, 호주는 한국보다 국경일이 많이 없다. 

호주에는 호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많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도 아주 많다. 그래서 인지 휴양지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부모님과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 호주에서 어딘가를 가려면 못해도 왕복으로 이틀은 비행기에서 보내야 한다. 당연히 한번 어디 가는데 비용도 상당히 든다. 그래서인지, 발리나 하와이 같은 휴양지로 놀러가는게 아니면 보통 휴가는 못해도 2주 이상, 혹은 4주를 한번에 가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roll over 된 휴가까지 붙이거나 무급휴가를 더해서 6주 정도 휴가를 가는 경우도 몇 번 봤다. 물론 몇달 전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휴가를 갈꺼라고 회사에 이야기 하고 back-up 계획도 세워야 하지만, 휴가 가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그렇게 가고, 그게 당연하므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나름 유연한 회사에 다녔었고, 2010년 이후에는 해마다 한두번씩 2주씩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었지만, 나처럼 간 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였는지, 조금은 심적으로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다들 장기간의 휴가를 써야하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해주면 좋겠다... 

최근에는 그리스 경제위기의 여파로 그리스가 가격적인 메릿이 있는지, 그리스로 2~6주 정도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호주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인지 뉴욕으로 휴가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꽤 있고 호주나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나의 이번 휴가처럼 별거 안하며 휴가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는 연차에 대해 말했고, 병가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병가는 말 그대로 아플때 내는 휴가인데, 호주에서는 본인이 아플때 뿐 아니라 부모님, 배우자, 자녀가 아플때도 병가를 사용한다. 한국에서도 가족이 아플때 병가를 쓸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가족이 아프다고 병가를 내본적은 내 경험상 없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본인이 아프다고 병가를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가 아프다고 carer's leave를 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당연히 아이가 아플 수 있으니, 이런 휴가를 내더라도,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이다. 남자가 내기도 하고 여자가 내기도 한다. 가끔은 부모님의 정기검진 차 병원에 가는데 자기가 보호자로 따라가야 한다고 carer's leave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역시 남자가 내기도 하고 여자가 내기도 한다. 보통은 본인 부모님 일은 본인이 따라 가는 것 같다. 역시, 가족친화적이다. 

본인이 아플때는 당연히 병가를 마음껏 낸다. 회사에 따라 medical certificate를 요구하는 상황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화수목 중 하루 병가를 내는 것은 특별한 제약없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끔 특별히 아프지 않지만 일부러 병가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걸 두고 taking a sickie 라고 한다. 나도 별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 날이나, 치과 검진을 가는 날, 병원에 가는 날에는 병가를 냈었고 또한 sickie를 내본적이 있다.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에 한두번쯤은 sickie를 내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사람이 일하기 싫은 날도 있지... 라고 생각하고 정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 것 같다. 

감기에 걸리면, 보통은 짧으면 하루부터 길게는 일주이 이상 쉬기도 한다. 업무로 복귀하더라도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호주에서는 아픈데 사무실 나오는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싫어"한다. 특히 감기 걸린 사람이 사무실에 나오면 겉으로는 말하지 않을지 몰라도 대게는 "이기적인" 사람 취급받고, 동료들도 직접 간접적으로 피한다. 이유는 당연히 감기는 "호흡기 질환"이므로 다른 동료들을 감염시킬 수 있기대문이다. 


한번은 사무실에 백일해 (whopping cough)로 확진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는 확진되기 전에 몸상태가 별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사무실에 나와서 무던히도 기침을 했었다. 점심시간쯤 그녀의 GP가 전화로 그녀가 백일해에 걸렸다고 확인해주자마자 그녀는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 날 그녀 근처에 앉았던 사람들은 다들 당일 혹은 몇일 이내에 GP를 찾아가서 부스터(booster) 목적으로 백신 (오래 전에 맞은 백신을 한 번 더 맞음으로써 면역력을 높이는 것)을 맞았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녀를 다시 회사에서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한 예로는 싱가폴에 출장을 갔다 왔을 때였는데, 싱가폴에서 함께 미팅에 참여하던 사람 중에 인플루엔자 A로 확진 받은 사람 있었었다는 공지가 왔다. 우리는 금요일에 싱가폴에서 돌아왔었는데, 월요일 화요일이 되니 XX씨가 매우 아파서 병가를 냈다는 공지들이 하나씩 도착했다. 그 이유인 즉 같은 미팅룸에 있다가 인플루엔자가 옮은 것이다. 그래서 급기야 화요일인가 수요일에는 전체 이메일이 왔다. "싱가폴로 출장을 갔다온 당신들은 인플루엔자 잠복기에 있을 수 있으니 아직 아프지 않더라도 혹시 모르니 잠복기 동안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앞으로 1-2주동안 사무실에 나오지 말라고.... 하하하. 그래서 정말 한 2-3주 동안 사무실에 못나가고 강제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었다. 


감기나 수두를 포함한 전염성 질환에 걸리면, 그들은 정말 다 나을때까지 회사에 나오지 말라는 요청을 받는다. HR에서는 몇층에 앉은 사람이 xxx로 확진되었으니, 그 주변에 있었던 사람은 조심하라는 공지메일도 보낸다. 어쨌든, 결론은 호주에서는 아프면 회사에 안나가는게 예의다. 나가면 다들 싫어하고 피한다. 요즘은 나도 누가 기침만 해도 그 사람 곁에 안간다. 



휴가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적고 싶은 것은 long service leave이다. Long service leave는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재직한 경우 약 2개월 간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이다. 세부사항은 주마다 다르므로 찾아보아야 한다. 이렇게 법적으로 보장된 long service leave를 가는 경우를 몇 번 봤었는데, 매우 매우 매우 부러웠다. 나도 과연 한 회사에 10년 근속을 해서 long service leave를 가는 날이 올까? 



4. 위계질서

한국어에는 높임과 낮춤이 있는데 반해 영어에는 그런게 없다. "부장님" "상무님" "사장님" 하며 호칭을 기억할 필요도 없다. 직급이 뭘로 변했든 간에 "Hi Susan" 하면 되는 것이다. 언어가 사고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상사의 말에 반대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매우 나쁜 놈 취급받거나 미운털이 박히기 십상인데, 여기는 그에 대해 조금 관대한 것 같다. 감정적으로는 마음에 안들수도 있겠지만, 의문을 제기하면 상사가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꼭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 굳이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스트레스 받고, 더 열심히 일하느니, 자기는 지금 정도 돈을 받고 널널하게 회사를 다니고 싶다며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봤다. 또한 실력이 출중해서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도 있고, 일을 하다가 자기는 업무량을 좀 줄이고 싶다며 직급을 낮춰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커리어 브레이크를 가진 후 늦게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다들 각자의 삶은 다르다고 인정하고, 자기보다 나이 어린 상사에 대해, 혹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직원에 대해, 혹은 같은 직급에 십년 이상 있는 사람들에 대해 별 상관안한다는 점... 한국과 큰 차이점이다. 대부분은 주변 동료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물론 호주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직장내 줄서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사람들도 있고 그게 가끔은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안그런 사람도 꽤 많다. 



5. 고용 안정성

위에서만 보면 호주가 더 좋은거 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다 장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호주의 장점이자 단점은 내 생각에는 고용 안정성이다. 호주의 경우 정규직이더라도 고용주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명예퇴직이나, 조기 퇴직 이런게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실 해고에 따른 보상을 해야하고, 직원 입장에서는 그 패키지가 사실 상당히 좋다는 장점이 있다. 

호주에서는 회사의 사정으로 직원을 해고하게 되면 최소 4주간 임금 혹은 근속연수에 따라 많게는 약 6개월 치의 급여만 지급하고 쉽게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좋은 말로 하자면 고용이 유연한 셈이고, 나쁜 말로 하자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없다. 어쩌면, 고용과 해고가 그리 어렵지 않기때문에, 회사에서 필요할 때 사람을 쉽게 뽑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이직 혹은 새로운 분야로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적고 이만 접겠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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