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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제약 및 임상 업계 동향 등등

직장생활이 허무할 때

by 반짝이는강 2019.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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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열심히 일해왔는데 - 알아봐주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내 눈에 터무니 없는 사람이 승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 에잇! 사표를 확 내버릴까보다!!! 

싶은 생각이 스치기도 하지만 - 직장 생활한지 10년이 훌쩍 넘어가면, 원하는 자리에 원하는 월급 받으며 옮기기도 그리 녹록치가 않다. 이직이 쉬운건, 경력이 2~5년차 정도 되는 junior 일 때다. 경력이 가벼워서 동일한 직종이나 직업으로 옮겨가기도 쉽고, 고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가 쉽다. 마음만 먹으면 커리어 전환도 쉽게 가능하고, 좀 더 운이 좋으면 승진해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연봉도 - 신입 월급이... 사실 얼마나 되겠나. 올려주기도 쉽고, 올려받기도 쉽다. 

대학교 동기들이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 다들 풋풋한 신입내기였었다.

약대를 졸업한 동기들 대부분은 - 근무약사가 되었고, 지금은 거의 자기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약사가 된 이들도 몇몇 있었는데 - 아주 심한 박봉과 고된 업무로 - 한 둘을 제외하고, 지금은 대부분은 관두었다. 근무약사로 전환했다가 자기 약국을 오픈하기도 하고, 제약회사로 가기도 하고, 전업주부가 되기도 하고... 병원은 내가 생각해도...정말 박봉이다. 나도 대학을 갓 졸업하고 어느 종교계열 병원에 병원약사로 면접을 보러 간적이 있었는데 - "월급에 연연하지 말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라는 말에 얼른 쉽게 마음을 접었다. 면허증까지 따고 나서 정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업을 갖는건 "노동을 제공하는 댓가로 돈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지 봉사활동은 아닌 것이다. 내 눈엔.... 종교계열 병원들은 대학교를 갓 졸업한 순수한 사회초년생을 호구(?)로 아는 것 같다. Teaching 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밖에는... 보이지가 않았고, 그러한 내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처럼 제약회사에 간 이들은 열다섯 남짓 되었을까... 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대부분은 관두고 근무약사를 하다가, 자기 약국을 열었나, 소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아직도 회사에 다니고 있는건, 호주에 있는 나랑, 지금은 일본에 있다는 J랑, 미국에 있다는 M이랑, 한국에 있는 J 정도? H와 D도 한국에서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을수도 있겠다. 고작 여섯명 정도가 남은 셈이다. 

그 외에도 - 밴처캐피탈 회사에 간 이도 있고, 대학교수가 된 이들이 둘, 식약처에서 근무하는 이 하나, 그리고 직업군인 (아마 약무병?)이 한 명 있기는 하다. 아... 캐나다 약사가 된 이가 1명, 캐나다 약사를 준비한다고 전해들인 이도 1명 있기는 하다. 

 

지난 해에는 임상업계에 아주 오래 몸담고 있던 지인이 돌연 회사를 관두고 약국을 열었고, 마케팅에 아주 오래 몸담은 - 첫 직장 입사동기이기도 한 지인도, 5월을 마지막으로 회사 생활을 청산하고 약국을 연다고 했다. 둘 모두 똑소리 나게 일도 잘하고, 똑독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심사숙고 끝에 약국을 연다는걸 보니 - 나도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최고인지 돌아보게 된다. 

전에는 십년 넘게 회사생활 하던 약사 선배들이 왜 어느날 갑자기 회사를 관두고 약국을 여는걸까 의아하고 이해가 안되었는데 - 요즘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물론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오늘처럼 눈앞에서 탐탁잖은 승진을 볼 때)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고려하게 되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말이다. 또한 처음보자마자 나이부터 물어보는 한국 사회에서는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 어느 정도 나이에는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있기때문에,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회사생활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40을 전후하여 - 앞으로 어느 정도 위치까지 갈 수 있을지, 얼마나 더 오래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되고, 그걸 기점으로 앞으로의 향방을 정하는 것 같다. 

물론 - 50이 되거나 넘어서도 회사에서 임원으로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회사생활을 유지하는 선배 약사님들도 많으시다. 간혹 실력을 인정받아 외국계 기업의 본사로 가서 일하는 분도 있고 말이다. 

나는 앞으로 어떤 선택들을 해야할까. 호주에 살고 있으니 - 선택이 제한되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생각하기 나름. 

 

Bye bye Sydney - at Sydney Airport Qantas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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