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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

여름의 끝자락 - 한국 다녀오기 Part 2

by 반짝이는강 2019.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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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여동생네랑 남동생네 그리고 어머니랑 같이 거제도로 1 2 여행을 떠났는데…1 2 비가 왔다. 우리가 간 곳은..

소향다원 - 거제 맛집 중 상위권에 드는 곳으로 우리는 연잎 오리고기찜을 미리 주문해두었다가 점심으로 먹었는데, 평소 오리고기에 그닥 흥미 없어하는 나도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언덕 위에 있어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탁 틔인 전망도 아주 좋다.

아래 사진은 망고플레이트에서 가져왔는데 - 아래에 있는 아마추어인 내 사진과 비교가 되는구나. 

거제 소향다원 - 밑반찬
거제 소향다원 - 연잎오리고기
거제 소향다원 바다가 보이는 전망

매미성

2003년 태풍 매미에 농작물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주민 한 분이 혼자 성벽을 쌓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거제도의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이름하여 매미성 (사진은 뉴시스에서 가져옴)! 

   

뉴시스에서 가져온 사진은 날씨가 좋은 날 찍은 사진이라 화창해 보이는데 - 우리가 간 날은 하루 종일 비가 온 날이라... 우중충...하다. 태풍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한 사람이 시작한 일이 이렇게 성벽의 모습을 띄게 되었고 지금은 거제도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는 게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매미성 앞에는 몽돌이 쌓인 작은 해변이 있다. 

거제도 매미성 

매미성 가는 길에 본 봉숭아꽃.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 여름방학 때마다 할머니 댁에서 손톱에다 봉숭아 물을 들이곤 했는데,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

분홍 봉숭아꽃

어머니가 꼭 가고 싶어 했던 바람의 언덕 ....반쯤 올라갔더니 다시 비가 와서 서둘러 내려옴...

거제 바람의 언덕

거제도 하면 떠오르는 몽돌 해수욕장...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인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았다는 건 조금 안타까웠다. 참고로 몽돌해수욕장은 해변에 모래 대신 몽돌 (둥글둥글한 돌)들이 깔려있는 해수욕장인데, 한 군데가 아니라 거제도 내에 여러 군데가 있다. 

거제 몽돌해수욕장

거제도엔 예상외로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았는데, 비가 와서… 마음껏 다니지 못한게 약간은 아쉽다.

월요일  - 숙소에서 감기에 걸린 제부랑 어깨에 담이 걸린 남동생 모두 다같이 여행온건 처음이라며 맥주+소주를 마시고 싶어했지만...둘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고,  복용해야했기에 나의 제지로...말짱한 정신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돌아오는 길엔 통영에 들러 점심도 먹고, 멸치도 사고, 꿀빵(?)도 사고 돌아왔다. 

 

 

수요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뒹굴거려도 시간은 잘 간다. 떠날 날이 다가오자 절친 M 나를 위한 그녀의 맛집 리스트에서 남은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시래기 전문점! 그리고 후식으로는 - 그녀가 소개해준 내 입맛에 딱 딱인 팥빙수 집으로... 세 번째 방문을 마쳤다. 

 

목요일

떠날 날이 다가왔기에 - 어머니는 육개장 (육계장은 잘못된 표기임) 끓여주셨다. 남은 육개장은 어머니 댁에 저녁 먹으러  남동생네가 들고갔다.

 

금요일

어머니는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배웅해주고 싶어 하셨지만, 나는 이게 항상 부담스럽다. 엄마도 눈물을 훔치고, 나도 그럴게 뻔하기 때문에... 그래서이기도 하고, 추가된 일정이 있기도 해서, 어머니가 배웅해줄 수 있는 시간을 살짝 피해 조금 일찍 서울로 출발했다. 

다행히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큰 짐을 보관해주는 곳이 있어서 (저녁 8시에 닫음) 거기에 짐을 맡기고, 지인들을 만나고, 그리고는 안양의의 지인 댁으로….

첫 직장 입사동기인 J 언니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원률이랑 형부까지 대동해서 지하철 역으로 마중을 나와주었다. 요즘 약국에서 근무하느라 아주 피곤했을 텐데 일부러 나와 맥주 한 잔의 여유까지... Thank you very much! 

 

토요일

태풍 링링(LingLing) 한국을 지나며 동네에 뿌리째로 나무가 2 그루나 뽑히던  - 아침 일찍부터 평촌 도서관에 가서 수잔 케인 (Susane Cain) Quiet 절반쯤 +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다. 

책에 따르면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아이들 (가령 새로운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뜬다거나, 맛있는걸 보면 침을 질질 흘린다거나, 작은 소리에도 고개를 돌리며 반응하는 아이들)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그것을 내면화 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때문에 커서는 내향적인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카가 태어나면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봐야겠다.

저녁이 되서 태풍 링링이 한국을 떠나 북한 쪽으로 이동한 후 - 송도에 있는 지인 집으로 이동을 했다. 약국 근무를 마치고 온 J언니는 - 언니 대신 언니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러 태풍을 뚫고 대전까지 다녀온 형부와 원률이를 차에 태우고, 나를 송도까지 배웅해주었다. 송도에 있는 문사부라는 돼지고기 샤부샤부 맛집으로 안내해준 것은 덤~~

송도 문사부

일요일

아침 9시 출발이라 제시간에 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토요일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에 태풍 링링으로 인해 출발시간이 1시간 지연될 예정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다행이다. 그리고 체크인을 마친 승객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 결국은 1시간 더 지연되었다.  이번에 오랫만에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한 소감은... "경영악화가 서비스 곳곳에 묻어났다."

요즘 제주도에 사는 친구 J는 마침 서울로 왔다며 일요일 아침에 시간이 되면 잠깐 만나자고 했지만... 아침 6~7시까지 인천공항으로 오라고 하기에는 그녀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아쉽지만 그녀는 다음번에 만나기로...

돌아오는 길엔 나리타 공항에서 경유했는데 - 콴타스 골드멤버쉽을 이용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간 이용해본 콴타스 라운지와 비교하자면 소박했지만 - 정갈하고 편안했다. 특히 줄리끄 제품이 구비된 샤워실이 마음에 들었음.

맥주 잔을 얹고 버튼을 누르면 맥주 잔을 자동으로 기울여서 맥주를 따라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기계로도 맥주를 심혈을 기울여 따라주는구나 싶었다. 사케의 나라답게 - 차가운 잔들과 함께 각종 사케들이 냉장고에 구비되어있었다. 

콴타스 항공 나리타 공항 라운지

​여행을 막바지에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바로 콴타스 항공 이코노미 기내식으로 제공된 스시!! 

처음엔 콴타스 항공에서 스시르 줘봤자 마요네즈 들어간 호주화 된 스시가 아닐까? 하며 주저하다가, 승객의 대부분이 일본인이므로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택했는데 - 간소하기는 하지만... 꽤나 맛있었다. 

콴타스 항공 - 스시 기내식

스시 기내식...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로써 2019년의 두 번째 한국행이자 이민을 오고 처음으로 여름에 떠난 한국 여행은 끝이 났다. 이번에는 가족행사가 있어서 간 게 아니라, 100% 휴가를 위해 한 것이고, 한국에 있는 동안 - 회사일은 완전히 머릿속에서 잊었기에, 이번에는 진정한 휴가였던 것 같다. 

호주로 이주한 지 이제 7년째이지만 한국에서는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유년 및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의 친숙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한편으로는 곳곳에 들어선 고층건물들을 보며, 많은 것들이 너무 빠르게 변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더욱 내가 이방인 같은, 한국으로 해외여행을 온 여행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렇게 부대끼며 지내고 보니 - 나는 왜 이렇게 먼 나라에 가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과 당연하지만 모두 가까이 살면 좋겠다 싶은 그런 마음이 인다. 다음번 한국행은 언제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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