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마당보다 집이 있는 곳이 지대가 살짝 높다. 그래서 테라스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작은 언덕(?)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경사가 있는데, 이 경사가 시작되는 곳에서 콘크리트 슬랩으로 된 바닥이 끝이 난다. 원래는 잔디로 뒤덮여있었는데, bindi 라는 무시무시한 잡초와의 싸움을 좀 하고 났더니, 여기가 이 곳이 뒤숭숭해졌다. 빈디는 덩굴 줄기가 옆으로 퍼지면서 뿌리를 깊게 내리고, 너무너무 잘 자라고, 한번 자리잡기 시작하면 없애기 쉽지 않아서 악명높은 잡초다. 지난 해에 다 없앴나 싶더니, 이번에 몇일 비가 계속 오더니,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아오.....!!!
아무튼 간에 - 빈디랑 한바탕 전쟁 후, 벌거숭이가 되다시피 한 이곳에 - 또 다른 잡초인 라벤더를 심으면 예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라벤더의 장점은
1. 은은한 향도 있고,
2. 라벤더 향은 개미랑 모기를 쫒는 효과가 있다고 하고 (어느 정도나 있는지는 모르겠음)
3. 호주에서는 라벤더도 잡초로 간주되는 만큼, 척박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잘 자란다고 한다.
내가 행동을 하도록 한 결정적인 동기는 - 지난 해 언제인가, 배우자의 성화에 못이겨 정원 및 집꾸미기 학습삼아 예상가격이 30 million dollars 가 넘게 나온 집을 구경간적이 있는데 - 그 집은 건물 안밖으로 모두 흰색 톤이고, 건물 한쪽 앞에는 라벤더를 빼곡히 심어놓았었는데, 그게 매우 우아해(?)보였기 때문이다. 몇 달이 지나서 들으니까, 그 집은 수십 billion dollars 어치의 부동산을 중계했다는, Brisbane Real Estate 의 소유주인 Benjamin Smith의 첫번째 와이프 소유란다. 그 후 이혼했지만, 수십 헥타르 땅 위에 지어진 이 집은 와이프에게 주었던거 같다. 그 와이프 되는 분은 이 집에 몇 십년을 살다가, 이제 약 70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 이 집을 내놓은 것 같다. 작은 집으로 이사가려고 판건지, 혹은 이전 남편 혹은 부동산 중계인으로 일하는 사위의 조언에 따라 판건지는 모르겠다. 음... 그러고 보면 - 역시 부동산 업자가 집 팔 때, 나도 집을 살게 아니라 팔아야 하는거였.... 요즘 브리즈번 집값 아주 약하다. 기억도 더듬어 볼 겸 - 부동산 매물로 나온 것의 사진을 좀 찾아올려볼려고 했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라벤더는 크게 English lavender와 French lavender 두 종류가 있다.
먼저 잉글리쉬 라벤더는, 타즈매니아 같은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단다.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만큼 - 향이 좋아서 향수의 재료로 사용된다. 다만... 타즈매니아를 제외한 호주 전역은 잉글리쉬 라벤더가 자라기에는 태양이 너무 뜨겁고 척박한거 같다. 잉글리쉬 라벤더 모종 10개 심었는데, 브리즈번 여름을 지나는 사이 10개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면 프렌치 라벤더는 호주에서는 간혹 잡초 (weeds)로 취급될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향은? 라벤더 향 난다. 프렌치 라벤더 모종도 10개 심었는데, 한두개 빼고는 잘 자라고 있다. 바로 요 사진처럼!
프렌치 라벤더를 심으면서 보니까, 땅에 진흙 성분이 많아서인지 아주 딱딱하고, 밑에 돌도 많아서, 잘 살 수 있으려나... 했는데, 너무 더운 여름에는 조금 힘들어하더니, 요 몇 주 비가 억수같이 오는 시기가 지나고, 여름의 열기도 조금 사그라드니까 프렌치 라벤더가 새 잎을 대 방출하며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라벤더를 키울 때는 보통 첫 해는 - 그 크기가 크지 않다. 첫 해에 꽃을 한 번 피우고 나면, 바닥에서 50cm 정도까지 과감한 가지치기를 해주면, 두번째 되는 해에는 조금은 더 풍성한 라벤더를 만날 수 있게 되고, 이걸 다시 한번 더 (50cm 보다는 높게) 가지치기 해주면 세번째 해에는 아주 풍선한 라벤더가 된다고 한다.
이런 성장을 고려해서 라벤더를 심을 때는 70~80 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심어야 한다. 그러나... 세번째 해가 될 때 까지 기다리기 힘이 들구나.
아무튼 모종으로 사와서 땅에 심은 내 라벤더는 별거 안해줘도 잘 자라고 있었다. 라벤더는 물이 잘 빠지는 곳에 심어야 한다. 물기가 찬 축축한 땅에 오래 놔두면 그냥 썩어서 죽는다.. 대신 건조한게 좋다. 그래서 물도 아주 건조하거나 가뭄이 지속되는게 아닌 한 따로 줄 필요도 없다. 화분에서 키운다면 7-10일에 한번씩 물을 흠뻑 주면 된다. 최근에는 blood & bone을 한 숟가락씩 줄기 옆에 뿌린 후 물을 뿌려줬더니, 더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잔디를 깎아보겠다는 의욕에 불타던 배우자가 잔디랑 잡초를 손질하면서, 잔디랑 잡초랑 우거져 자라던 내 라벤더를 두 그루나 뎅강.... 잘라놨다. 이렇게!!
<처참히 잘린 라벤더 - 그래도 싹이 다시 나다>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 잘 해보려고 한걸테고, 약간 색맹(?)에다가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을테고, 잔디랑 잡초도 구분 못하는데, 라벤더를 알턱이 없지 싶어서 그냥 아무말도 안했다. 대신 잘려나간 라벤더 가지를 주워모아서 심기로 했다.
라벤더 가지꺾어 심기
로즈마리 가지꺽어 심기 하는거랑 똑같다.
2018/10/14 -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정원 그리고 텃밭] - 로즈마리 - 가지꺽어 심기
1. 일단 깊이 15 cm 쯤 되는 좀 넉넉한 크기의 모종용기(?) 혹은 화분에 질좋은 흙 혹은 포팅믹스를 담고, 물을 흠뻑 적셔준다.
2. 아직 부드러운 감이 있지만 완전히 나무로 변하지 않은 라벤더를 길이 10 cm 정도로 잘라서 준비한다. 아래 5 cm 에 붙어있는 잎들은 과감히 떼어낸다. 혹시 집에 성장 호르몬이 있으면, 잎을 떼어내자마자 바로 성장 호르몬을 뭍인다.
3. 준비된 화분에 나무 꼬챙이 혹은 연필로 5cm 깊이의 구멍을 만든다.
4. 준비된 라벤더 가지를 구멍에 넣고 흙을 토닥여주고, 다시 한번 물을 흠뻑 주면 끝!!
5. 첫 일주일은 햇볕이 잘드는 창가나 온실, 혹은 그늘에 두었다가, 2주째부터 점차적으로 햇볕에 노출시킨다.
이대로 4~6주쯤 지나면 뿌리가 나오는데, 라벤더는 옮겨심는걸 별로 안좋아하니까, 이왕이면 뿌리가 화분 아래에 있는 구멍으로 보일 정도? 혹은 라벤더가 꽤 자랄 때까지는 이대로 키운다.
아래는 가지를 꺽어서 심은지 이제 4~5주쯤 된 라벤더와 오레가노다. 처음엔 이대로 죽으면 어쩌나 (설마 뿌리가 나오겠어? 이대로 죽겠지...) 하면서, 1개가 생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화분 1개에 라벤더 가지 2개씩 심었더니 - 의외로 다 잘 자리잡고 있다.
<오레가노 & 라벤더 가지 꺽어 심기>
아! 라벤더 가지를 화분에 요렇게 심어주고 나서, 수분이 너무 빨리 증발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서 짚을 조금 흩뿌려주었는데 - 그게 실제 도움이 되었는지, 말았는지는 모르겠다.
얼른 쑥쑥 자라다오! 햇볕이 쨍쨍하게 드는 곳에 옮겨심어주마!
아! 마지막으로 - 라벤더를 씨앗부터 심는건 - 매우 매우 어렵다는걸 말씀드리고 싶다. 씨앗뿌려서 라벤더 키울 생각은... 가드닝 고수가 아니면 하지도 말 것. 돈 아끼려다가 라벤더는 하나도 못볼수도 있고, 혹은 성공했다고 해도,,, 라벤더 부쉬 만드는데 5년 걸린다...
그래도 정 라벤더 씨앗을 발아시켜 보려는 분들은 - 축축하게 적신 키친 타올을 깐 밀폐용기에, 라벤더 씨앗을 흩뿌려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두 달 후에 확인하면 그 중에 절반은 싹이 나기 시작한걸 발견할 수 있는데 - 그러면, 냉장고에서 꺼내서 창가 같은 햇빛이 드는 실내에서 좀 더 키운 다음, 크기가 2~3cm쯤 되면 핀셋으로 포팅믹스에 옮겨서 심은 후, 조금 더 자라면 점차 직사광선을 쬐어주면 된다. 설명도 어렵지만 - 실제해보면 진짜 어렵다... 라벤더 씨앗을 바로 땅에 뿌리면 - 라벤더 거의 안난다. 내 말 믿으시고 그냥 라벤더 모종이나 라벤더 화분 사다 심으시라. 요즘 같은 세상엔 시간 절약이 돈 절약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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