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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나무 뽑기 그리고 락다운

by 반짝이는강 202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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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 전에 이사왔을 때 마당에 있던 나무들 중에 꽤 예쁜 하얀색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 아래에 빨간 동그라미 친 저 나무 말고도 - 잠재적으로 주황색 꽃을 피울 포인시아나도 있었고, 치자나무도 하얀색 향기로운 꽃을 뿜뿜 피웠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Green thumb은 아닌가보다. 거름을 안줘서 그런지 치자 나무는 점점 작은 꽃을 짦은 기간 동안만 피우고 있고... 빨간 동그라미 친 이름모르는 저 나무는 죽은거 같기도 하고.... 애매모호했다. 저 뒷편에 있는 나무도 (원래 죽은 나무였는지도...) 바삭 마른 큰 가지가 바람 많이 부는 날 뚝하고 떨어져서 나무를 잘라내고 보니 죽은 나무라, 아예 없앤적이 있다. 

2020.07.30 - [호주살이/일상생활] - 바람에 부러진 나무

 

바람에 부러진 나무

7월부터, 특히 지난 2주간은 너무너무 바빠서 집 안에서만 있었다. 일과가 이랬다. 기상 - 홈오피스로 직행 - 중간에 샤워/화장실 - 점심도 책상 앞에서 - 계속 근무 - 잠깐 휴식 시 베란다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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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꽃이 피나 안피나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배우자는 뭔 생각을 했는지, 저 나무의 가지들을 모두 뎅강 잘라두었다. 나무 잘라놓은걸 보고 그냥 본척만척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옆에 돌로된 화단 테두리 바깥에 심어져있는 나무를 잘라내라는 말을 잘못 알아듣고, 멀쩡한 나무를 베어놓은게 아니었나 싶은 그런 생각도 든다. ㅠㅠ

 

어쨌던 간에 나무를 베기는 쉽지는 않지만, 아주아주 큰 나무가 아니면, 전기톱이 있으면 벨수는 있다. 정작 문제는 나무 뿌리... 아무리 작은 나무라고 해도, 키가 2 m 넘어가면 뿌리도 사방으로 2 m 쯤 뻗어나가있는 것 같다. 나무 둥치를 그대로 두면 흰개미 (=termite) 서식지가 될 확률이 거의 99.99% 이고, 미관상으로도 별로다. 

 

금요일에는 드라이브웨이 바로 앞에 심겨져 있는 나무 중에 죽은게 하나 있어서 그걸 베어냈는데 - 이웃집 Paul이 베어낸 나무 둥치는 자기를 달라고 했다. 직장동료 중에 장작불 태우는 직장 동료가 있으니 - 가져가서 그에게 주겠다고. 난 몰랐는데 - 전에도 장작 태우는 직장 동료 주겠다고 우리집 마당의 나무 베어낸걸 가져간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벽난로나 야외용 fire fit이 있는게 아니라서, 베어낸 나무는 처치곤란이니 - 우리로서는 땡큐. 

 

공짜 땔감용 나무에 더해 - 몇 일 전에 Paul 와이프 크리스틴이 슈퍼애뉴에이션 수혜자를 폴로 변경하는데 사람(?) 증인이 2명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가 증인으로 서명을 해주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나무를 베어낼때 나무 둥치를 길게 남겨두면, 자기가 주말에 와서 나무를 뽑을 수 있게 도와주마라고 했단다. 

 

토요일 아침... 나는 아직 잠결을 헤매이는데,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나고, 중장비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우리집이다... 

최근에 자른 나무가 3개라 뿌리를 뽑을 나무가 3개인데 - 드라이브웨이 쪽에 있는건, 나무 뿌리 뽑다가 드라이브 웨이 망가질수 있고, 어차피 집이랑은 머니까, 밑둥을 짧게 잘라서 그냥 두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2개만 뽑기로. 

Yellow box라고 불리는 호주토박이 나무 작은거 하나는 뿌리를 쉽게 뽑았다는데, 위에 사진에 있던 그 큰나무는 키가 컸던 만큼 뿌리도 깊고 많은가보다. 

나무 뽑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땅이 건조해서 딱딱한데다 나무 뿌리도 굻게 사방으로 뻗어있어서 - 호스로 한참동안 물을 틀어서 흙을 부드럽게 한 다음, 폴이 자기네 집 레노 목적으로 산 중장비 기계(?)고 밀고 당기며, 도끼랑 전기톱으로 큰 뿌리들을 잘라가며  약 3시간을 시름한 끝에.... 두번째 나무 뿌리도 뽑을 수 있었다.

 

호스로 물을 틀어서 흙이 좀 부드러워지길 기다리며 베란다에 앉아서 잠깐 티타임을 가졌었는데 그때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신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소식이랑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락다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일상에 별 영향이 없기에 나는 담담한데... 폴도 담담해 보이는데.... 배우자는 영...격양되어 보인다. 백신 예약을 해줘야하나...? 오늘밤에야 백신접종에 대해 찾아보니... 호주는 만 40세 이상이어야 접종 대상이 된다. 연령별 제한이 있는걸 보면 아직도 백신이 많이 모자란가보다. ㄴ데 

 

이전의 락다운이랑은 좀 차이라면... 이번에는 락다운 기간동안 운동을 하러 바깥에 나가게 되면 (가령 동네 산책) 마스크를 써야한단다. 인구밀도가 아주 낮은 작은 동네라 산책하다가 누굴 마주쳐도 아무 문제 없이 최소  2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지나갈 수 있는데 - 일요일인 오늘 오후에 인근 초등학교에도 확진자 동선이 포함이 됐던가, 확진자가 있었던가 해서그런지, 제발 마스크 쓰라며 당부하는 글이 페이스북 동네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한동안 모든 외부활동 (이라고 해봤자 슈퍼마켓 가고 도서관 가는게 고작이지만)이 조심스러울꺼 같다. 

 

얼른 어떤 형태로든지 이동의 자유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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