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처음으로 벌 - 그것도 말벌 wasp 한테 쏘인지 이제 2주가 되었나보다.
평소처럼 집 둘레에 있는 나무 hedge들을 다듬고 있는데 (손질안한지 좀 오래되긴 했었음) - 갑자기 손목에 뭔가 날카롭고 큰 통증이 느껴져서 정원손질용 가위를 그대로 떨어뜨렸다.
뭐지 싶어 보니까 말벌 3마리가 윙윙거리기에 재빨리 집 안으로 도망쳤다.
벌에 쏘였을 때...
말로만 들어봤지 내가 직접 벌에 쏘인 것은 처음이었다. 재빨리 벌에 쏘였을때의 응급 처치법을 찾아보았다.
1. 일반 꿀벌은 벌침을 이용해서 1번 쏘고, 말벌은 벌침을 남기지 않고 여러번 쏠 수 있다. 꿀벌에 물린 경우라면 신용카드 같은걸로 먼저 벌침을 제거해서 벌침에 있는 독이 인체로 더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말벌은 벌침을 남기지 않으므로 여기에 해당이 안됨.
2. 비누를 이용하여 시원한 물 혹은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3. 냉찜질을 해준다 (10분 냉찜질 - 10분 휴식 - 10분 냉찜질 - 10분 휴식 순서로 1시간 가량)
4.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히스타민제 연고를 바른다.
5. 통증이 있는 경우 파나돌(=타이레놀), 뉴로펜 (=부루펜) (이부프로펜 혹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성분으로 들어있는 것들)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한다.
6. 팔이나 다리 등을 쏘인 경우, 쏘인 부위를 높게 유지해서 붓기를 방지한다.
*** 혹시라도 얼굴, 목 등을 쏘인 경우 응급실에 가거나, 여차저차하면 즉시 응급실로 직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벌에 쏘이고 1-3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며 신체의 변화를 예의주시한다. 현기증, 온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거나, 입술과 혀가 부어오르거나, 호흡이 불규칙해진다거나, 의식을 잃으면 지체없이 응급실로 가야한다***
먼저 말벌에 물린 부위를 비누로 씻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항히스타민제 (fexofenadine 1정 - 텔파스트, 알레그라, 지르텍 등을 복용해도 됨)를 복용 후 특별한 이상조짐이 없는지 관찰을 위해서 앉아서 안정을 취했다. 다행히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은 없었으나 - 말벌에 쏘인 부위는 3-4일에 거쳐서 서서히 더 크게 부어올랐다.
첫날에는 100원짜리 동전만 하던것이, 두번째 날이 되니 그 두 배 정도로, 세번째 날은 첫째 날의 세배정도 면적으로 빨갛게 퍼져나갔고, 간지럽기도 했지만, 통증이 상당히 심했고 그냥 얼핏 보기에도 많이 부어올랐다.
일주일쯤 지나자 붓기가 점차 빠지면서 빨갛게 된 피부도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난 지금도 말벌에 쏘였다 빨갛게 부풀어 오른 자국들이 남아있는걸로 봐서는 완전히 원래대로 되려면 3주 정도 걸릴듯.
이전에도 말벌이 한두마리씩 베란다에서 보이고는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해에는 유독 말벌이 많이 보였고, 내가 말벌에 쏘이고 3-4일이 지난 뒤 배우자가 베란다에서 말벌에 쏘임으로써 - 본격적으로 말벌 소탕작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찾아보니까 - 우리집에서 발견된 말벌은 한국에서는 쌍살벌이라는 이름을 가진 벌과 말벌의 중간쯤이다. 종이처럼 얇은 (혹은 한지?) 집을 짓는 것이 특징인데, 보통 주택근처에 집을 짓는단다. 쌍살벌은 한국에도 있고, 호주 전역에도 살고 있다. 호주 사람들이 보고한 쌍살벌 Paper Wasp의 집 모양들은 아래와 같다.
쌍살벌은 나비류나 나방류의 애벌레, 파리 및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유익한 일을 하기는 하는데... 그렇지만 이들이 내 집 바로 옆에 자기네 집을 짓게할수는 없다!!
쌍살벌은 보통 봄에 집을 지어서 알을 낳고, 봄~여름에 열심히 활동을 하고, 가을이 되면 교미를 하고, 어미벌만 남고 나머지 벌들은 죽게 된다고 하는데... 아직 여름초입이므로 - 얼른 없애고, 벌집들도 다 없애야한다.
일반 살충제는 범위가 짧고 넓은데 - 말벌한테 가까이 다가가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버닝스에서 살 수 있는 말벌 전용 살충제 (PestXpert 400g Wasp Jet Long Reach Spray)를 사왔다. 설명서에 따르면 최대 6m까지 닿을 수 있나봄.
5m까지 닿을 수 있다는 호벡스 (Hovex 350g Fast Knockdown Wasp Killer) 도 많이들 추천했다.
울월스 같은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Yates의 Wasp killer & Next Destroyer도 있다. 요건 4m까지 닿을 수 있나봄.
검색해보니 한국에도 쿠팡이나 G Market에서 말벌 전용 살충제를 검색해서 살 수 있다.
말벌 전용 살충제를 구입한 다음은?
무턱대고 벌집에다가 살충제를 뿌리면 말벌들이 달려나와 나를 공격할수도 있기때문에 계획을 좀 짜야한다.
1. 혹시라도 만일을 대비해서 두껍고 소매가 긴 옷을 입는다. 양봉 전문가용 옷을 입으면 좋겠지만, 이게 아니라면 최소한 장갑을 끼고, 양말을 바지 위로 올려 신고, 신발도 안전한 것으로(맨살이 드러나지 않게), 그리고 모자도 쓰고, 선글라스나 고글을 끼고, 머플러 등을 이용해 코와 입 그리고 목을 감싼다. 즉, 벌이 쏘기 힘들게 가능한 신체 모든 부위를 감싼다. (그림의 출처 WikiHow)
2. 벌집에 살충제를 뿌리면, 벌집을 보호하기 위해 말벌들이 달려나와 공격할 위험이 높으므로, 대피로를 짠다. 살충제를 뿌린 후, 5-10 미터쯤 최대한 빨리 뛰어서 도망갈 수 있어야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임. 대피로에는 사람이나 동물, 혹은 걸려 넘어질만한 것들이 없도록 정리한다.
3. 말벌은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모여들고, 해가 지면 활동력이 떨어지므로 해가 진 이후~ 해뜨기 전 시간에 말벌 퇴치작접을 수행한다.
4. 요 방법은 쌍살벌 즉 Paper wasp의 벌집 모양에 적합한 방법으로 - 벌집에 구멍이 숭숭난 곳들을 향해 살충제를 10-15초간 분사한 후 즉시 자리를 뜬다.
5. 최소 24시간이 지난 후, 낮 시간에 말벌의 활동이 있는지 벌집 주변을 살펴본다. 말벌이 보이면 위 4번 반복.
6. 말벌의 활동이 더이상 감지되지 않으면 벌집을 떨어뜨려 벌집 구석구석 살충제를 도포해서 벌집 안에 들어있는 말벌 유충을 죽이고, 벌집을 파괴한다. (혹은 비닐봉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말벌집이 아직 어디있는지 모르겠다면 말벌 퇴치용 덫을 만들어 놓는 방법도 있다. Spruce에서 가져온 말벌 퇴지용 덫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말벌을 유인해서 퇴치하기 위해... 2L짜리 플라스틱 음료병의 상단을 자른다.
2. 말벌은 봄~여름에는 말벌 유충을 키우기 위해 단백질이 든 음식을 원하고, 여름~가을에는 단맛이 나는 음식을 원한단다.. 그래서 봄에는 손톱만큼의 고기 조각 + 쥬스나 설탕이 들었음직한 음료 + 식초 한두스푼 (이것은 꿀벌이 오는걸 방지하기 위함)를 병에 담는다. 여름부터 가을에는 설탕 음료 + 식초 한두스푼을 넣는다.
3. 다음 잘라둔 플라스틱 병의 상단이 아래로 아래로 향하게 해서 고정시킨 후 말벌이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작동 원리는 - 달콤한 냄새를 (혹은 단백질향) 맡고 말벌이 날아와서 병 안으로 들어가는데 - 들어갈때는 쉽지만, 날아서 좁은 입구를 통과할 수 없기에 나오지 못해 물에 빠져 죽게 된다는...
아무튼 말벌이 여기에 빠지면 - 덫을 제거할 때는 말벌이 정말 죽었나 꼼꼼하게 확인하고 (혹은 살충제라도 한 번 뿌린 후) 덫을 조심해서 제거할 것.
여담인데... 제라늄이나 금잔화 같은 꽃을 심으면 말벌 퇴치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왕이면 벌이나 말벌이 시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빨간색 제라늄이 좋다고...
그리고 가급적이면 과일나무 등등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심으라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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