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여유가 없어서였는지 10월 16일 첫 치료 시작 직전까지만 기록을 해두었네.
2024.10.14 - [호주살이] - 호주에서 암투병 - 진단
2024.10.31 - [호주살이] - 호주에서 암투병 - 조직검사
10월 16일 수요일 - 신장암 치료 시작
신장암의 세포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흔한 것은 투명세포형 clear cell 이다. 문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60~80%의 성인 신장암 환자들은 투명세포형이기에, 종양전문의를 처음 만난 날 확률적으로 배우자의 신장암도 투명세포형일 것으로 가정을 하고 10월 16일 수요일부터 키트루다 (성분명 펨프로리주맙) + 렌비마 (성분명 렌바티닙) 병용투여를 시작하기로 계획을 세워두었었다.
이 날 종양전문의와의 면담은 아침 8 시 45분 그리고 키트루다 정맥 주사는 9시 30분으로 예약이 되어있었다.
아침 일찍 병원으로 운전해서 가는 길에, 병실에 있는 배우자가 어떻게 외래진료실로 가야할지, 그리고 암센터의 주사실에서 치료를 시작하는건지, 병실에서 첫 치료제를 투여받을지가 궁금해졌다. 배우자가 예상치 않게 조직검사를 한 직후 갑자기 입원을 했던 터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일 좋을 것 같아서 종양전문의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진료가 시작인지 다행히 리셉션에서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Mr XXX의 오늘 치료는 취소 되어 있네요.> 라고 답을 준다. 이유는 나중에 종양전문의가 설명해줄 것이라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신장암 세포 종류별 치료계획에 대해 조금이나마 찾아보았던 나에게 이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예상했던 투명세포형이 아니라고 나온게 아니고서야 계획된 치료를 취소할 이유가 없기때문이다. 주차를 하고 병원에 들어서면서 이런 결론에 이르고 보니, 도무지 배우자를 마주할수 없을 것 같았다.
병원 입구에서 로비를 지나면 다시 바깥으로 이어지는 곳에 테이블 및 의자들이 놓여있다. 내 마음을 먼저 추스러야 할꺼 같아서 인적이 드믄 이곳에 가서 앉았는데, 쏟아져나오는 눈물이 좀체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 날... 그런 그 때, 그래도 호주가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지나가던 한 노부인과, 그 장소에 있던 다른 한 청년이 거의 동시에 나에게 다가와서 괜찮은지, 왜 그러냐며 물어봐 주었다.
노부인은 자신의 배우자도 암으로 이 병원에 입원해있다며, 내 기분을 조금이나마 낫게해주고 싶다며, 마음이 울쩍할때 진통제를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기도 한다면서 나에게 필요한 약이 있느냐고 (?) 했다. 좀 생뚱맞은거 같지만, 그 분은 나에게 뉴로펜 4 알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청년은 우울할 때는 뭔가 달콤한걸 먹는게 좋을꺼 같았다며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생수 한병과 블루베리 머핀을 사와서 내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저 옆쪽 테이블에 한동안 앉아있을테니 혹시라도 대화 상대가 필요하거나 자기가 해줄 수 있는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낯선이의 도움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배우자에게로 향했다.
배우자의 종양전문의는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배우자의 병실로 왔다.
암조직을 검사한 결과 배우자의 신장암 예상했던 투명세포형이 아니라 아주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있는 드문 종류의 세포형인 sarcomatoid 형이라고 했다. 현재 나온 조직검사 결과지에는 투명세포형에 대한 언급이 전혀없기에 치료계획을 수정해야하며 카보메틱스 cabozantinib 단독치료를 시작하자고 했다.
카보잔티닙에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것도 가능하냐고 물으니 의사는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호주 PBS의 급여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정 원하면 본인 부담으로 투여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사보험 회사에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이미 오전부터 예상하고 있던 수순의 대화였지만 배우자는 이 소식에 충격이 상당했던 것 같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배우자는 갑자기 돈은 문제가 아니라며, 본인 부담으로 면역항암제도 투여를 받고싶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는 면역항암제도 종류가 많은데 어떤걸 투여받고 싶으냐고 물었다. PBS에서 커버가 되는 경우라면 치료지침에 따라 면역항암제 종류가 결정되겠지만, 환자가 100% 본인부담을 하는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기에 - 같은 계열의 약은 효과 및 부작용이 근소한 차이가 있을지언정 비슷한 것이라고 가정을 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리라.
2024년 가격 기준 키트루다 (pembrolizumab)의 경우 1회 200 mg 투여당 약값만 $7730 이다.
그리하여 키트루다는 일주일 후인 10월 24일 목요일에 첫투여를 시작하는걸로 암센터에 예약을 하고, 경구용 카보잔티닙과 그 외 혹시라도 필요할 수 있는 진통제, 지사제, 구토방지제 및 순환기 내과 의사가 처방한 심장 리듬을 조절하는 약을 받아들고 퇴원을 했다.
배우자는 그 날 저녁부터 카보잔티닙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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